[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애플과의 특허소송전을 재치있게 담아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삼성의 올해 ‘슈퍼볼(미식축구 챔피언결정전)’ 대회 광고의 배후에 애플의 최고 광고대행사인 ‘TBWA/미디어아츠랩(Media Arts Lab)’의 전직 임원이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애플 전문기고가인 필립 엘머 드윗(Phillp Elmer-DeWitt)은 3일(현지시간) 경제 격주간지 포천의 ‘애플 2.0’을 통해 “삼성의 슈퍼볼 광고는 매우 영리하고 센스넘치지만, 그 동안 벌어진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소송 과정을 잘 모르는 보통 TV 시청자들에게는 대체 어떤 제품을 광고하는지 한번에 이해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삼성이 이 광고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이유는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전 TBWA/미디어아츠랩의 선임 크리에이티브디렉터였던 스콧 트래트너가 지금 삼성의 광고대행사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콧 트래트너는 애플이 2006년부터 시작해 널리 호평받은 매킨토시 광고 ‘겟 어 맥(Get a Mac)’ 시리즈의 제작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초기 광고는 PC와 매킨토시를 상징하는 두 사람이 나와 대화하는 내용으로, 경쟁제품인 IBM PC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운영체제를 절묘하게 비웃는 내용을 담아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8월, 애플은 ‘맥 지니어스’ 광고를 방영 중단했고 이 직후 트래트너는 TBWA를 떠나 경쟁 광고대행사인 72앤드서니(72andSunny)로 이적했다. 이 업체는 K스위스, 타겟, 액티비전, 그리고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드윗은 “광고대행업계의 이같은 뒷이야기를 감안한다면 애플의 광고, 트래트너의 이적, 그리고 삼성의 슈퍼볼 광고 사이에는 절묘한 연결고리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앞서 1일 유튜브 등에 먼저 공개한 2분짜리 스팟 광고는 3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스포츠이벤츠인 제 47회 ‘슈퍼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 대 볼티모어 레이븐스(Ravens) 경기 중 방영됐다. 한번 방영에 1520만달러(약 16억5000만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광고는 영화 ‘아이언맨’의 감독 존 패브러우가 연출하고 영화 ‘그린 호넷’에 출연한 배우 세스 로건과 시트콤 ‘프렌즈’의 폴 러드,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봅 오덴커크가 출연했으며, 애플의 특허소송을 풍자해 슈퍼볼을 언급하면 저작권에 저촉되니 스페인어 ‘엘 플라토 수프림(El Plato Supreme)’으로 부르고 팀명도 ‘49ers’ 대신 ‘50-1ers’, 레이븐스 대신 ‘검은 새들(Black birds)’로 지칭하는 내용을 담아 웃음을 자아냈다.
▲ 유튜브에 게시된 삼성의 'El Plato Supreme' 광고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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