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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불붙은 환율전쟁, 강 건너 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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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일본 중앙은행이 결국 아베 정권에 굴복했다. 어제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물가상승률 목표를 지금의 두 배인 2%로 잡았다. 이를 일찍 달성하겠다며 내년부터 무제한 돈을 풀기로 했다. 장ㆍ단기 국채 등 매달 13조엔(150조원)어치씩 채권을 사들이는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이다. 오랜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풀라는 아베 총리의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로존에 이어 일본까지 양적완화 공세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에 불을 붙였다. 세계경제는 유동성이 넘쳐나고 이들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신흥국들은 새우등 터지는 신세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12% 올랐다. 반면 엔화가치는 '아베노믹스'가 현실화한 지난 넉 달 새 14% 하락했다. 원고엔저 현상은 새해 들어 더욱 두드러졌고, 이는 수출 감소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은 262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했다.


높아진 원화 환전 부담에 일본인 관광객마저 급감해 서울 명동 등지의 관광특수도 예전 같지 않다. 글로벌 환율전쟁의 여파가 한국 경제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들이야 비축 자금도 있고 환율변동에 대비한 위험 회피가 가능하지만, 중소 수출업체들은 대항력이 떨어진다. 이런 현장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에 위기의식이 없다. 경제ㆍ금융 정책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어제 약속한 듯 엉뚱한 발언을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경제상황을 "예측이 가능하나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그레이 스완 상태"라고 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세계경제가 위기(수습단계)에서 한 발짝 나아갔다"고 했다.


주요국들이 서로 나만 살겠다고 풀어대는 돈은 신흥국 금융ㆍ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그중 가장 취약한 나라가 한국이다. 오죽하면 한국 증시를 '글로벌 현금인출기(ATM)'로 부를까. 어제 유럽연합 재무장관들은 독일ㆍ프랑스 등 11개국이 합의한 금융거래세 도입을 승인했다. 우리도 투기성 핫머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때다. 현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긴밀하게 협의해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경제를 잘 챙겨야 한다. 정권은 바뀌어도 경제와 민생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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