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기초 이렇게 세우자]
⑤일 잘하는 정부로 조직을 바꾸자
컨트롤타워 설치로 부처간 協治 강조
최소화한다지만 정권 바뀔 때마다 잦은 조직 변화 부작용도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 조직 개편에 있어 원칙을 세운 것은 바로 '협치(協治)'다. 복잡한 정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협업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부처 간 칸막이가 정부 내 협업을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 사무실을 여태껏 두 차례만 방문한 박 당선인은 인수위에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면서도 딱 한 가지는 직접 챙겼다. 지난 7일 처음으로 인수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모든 부처 간에 물이 흐르듯 소통이 되고 연계가 되고 효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 이후 인수위 조직 개편의 핵심은 '협업'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부처 간 보이지 않는 칸막이를 없애면서도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설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구상이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원칙은 이르면 이번 주 발표될 예정인 정부 조직 개편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의 개편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이달 국회 처리를 목표로 입법 절차에 들어간다.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기정사실화 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미래 사회 변화 예측을 토대로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지식생태계 구축과 보호, 융합형 연구공동체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무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있어 명칭 변경에 대한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 역시 새롭게 부활할 예정이다. 해양수산 업무에 해양자원 개발까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보통신 전담 조직이 부처로 현실화할지 위원회 형태로 꾸려질지 여부에 따라 전체 지형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는 15부 2처 18청으로 정부 조직이 그려져 있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한 만큼 중소기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는 설치될 것이 분명하다. 중소기업부 신설안은 배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청와대에 국가안보실(가칭)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의 취약 분야로 꼽히는 외교와 안보, 통일 정책 전반을 살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부총리 제도는 다시 부활할 전망이다. 경제부총리와 복지부총리가 신설될지 여부와 정부 부처를 업무 연관성에 따라 4~5개 그룹으로 나눈 뒤 총괄장관ㆍ선임장관제로 운영할지도 관심을 끈다. 박 당선인은 "예산ㆍ인사ㆍ조직에 대한 권한을 각 부 장관에게 실질적으로 위임해 책임장관제를 확립하겠다"고 공약했다. 국정홍보처 부활, 특임장관실 폐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당선인은 공약에도 적었듯이 정부 조직 개편은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5년 단임제 국가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도가 바뀌고 있어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직의 안전성을 저해하는 데다 업무의 연속성도 떨어져 결국 전체적인 퇴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식경제부만 봐도 상공부, 상공자원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를 거쳐 현재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이마저도 보존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부처 개편 정도에 따라 또 한 번 이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국토안보부를 설치한 것을 빼곤 20년 넘도록 행정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8차례에 걸쳐 정부 조직을 흔들었다.
언제 어떻게 자리를 옮기게 될지 모르는 공무원들의 한숨도 깊어만 간다. 사실상 정책 업무는 '개점휴업' 상태다. 한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은 "30년 가까운 공직 생활을 하면서 부처 조직 개편을 몇 번 겪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갓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는 "부처가 여기저기로 찢어질 수 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뉴스에만 귀 기울이게 된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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