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국내 원자력발전소에 납품된 위조 부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다. 11월27일 현재 국내 울진과 영광 원전에 납품된 위조 부품은 290개 품목의 8601개에 이른다. 이중 원전에 직접 설치된 것은 170개 품목에 5820개에 달한다.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4만5000여개 부품에 대한 전수조사가 예정돼 있어 위조 부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강창순, 이하 안전위)는 28일 "4만5000여개에 이르는 부품에 대해 데디케이션(Dedication, 품질인증을 받은 부품)을 찾고 서류적합성과 검증서, 위조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검증돼야 할 원전 부품 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위조부품이 설치됐던 기존의 울진 3호기, 영광 3·4·5·6호기에 이어 27일에는 울진 4호기에도 위조 부품이 설치됐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위조 부품이 갈수록 늘어나고 다른 원전에도 위조 부품이 설치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원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가동돼야 되는 만큼 위조부품이 들어 간 원전에 대해서는 가동 중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전위는 그러나 가동중지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안전위의 한 관계자는 "위조 부품이 설치된 것은 맞는데 원전 자체를 가동 중지시킬 만큼 심각한 부품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가동하면서 교체작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앞으로 4만5000여개에 이르는 부품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남아 있어 공포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안전위가 발표한 자료 자체를 믿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위조 부품에 대한 전수조사는 민·관 합동조사단(이하 조사단)이 진행하고 있다. 조사단은 위조부품을 모두 확인할 때까지 활동 기간을 무제한으로 삼고 있다.
시민단체는 그러나 조사단 인적 구성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조사단 인력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울진의 경우 조사단에 시의회가 추천한 민간 전문가 한 명이 들어가 있을 뿐 시민단체와 지자체에서 추천한 사람은 조사단에 아무도 없다"며 "안전위가 추천한 민간 전문가가 조사단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전위 측은 "울진,월성,고리 원전에는 지자체가 추천한 민간 전문가가 들어와 있다"며 "영광의 경우에는 지자체에 추천을 부탁했는데 아직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갈수록 위조 부품이 늘어나고 위조 부품이 설치된 원전도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위조 부품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는 물론 위조 부품이 설치된 원전에 대해서는 가동 중지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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