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짜리 수입 아동복 원가는 3만원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버버리칠드런, 아르마니주니어, 봉쁘앙 같은 해외 직수입 아동복 가격의 70%는 유통비용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비자 가격이 10만원이라면 원가는 3만원에 그친다는 의미다.
빈폴키즈, 압소바, 블루독 같은 국내 브랜드 아동복 값에도 50%가 넘는 유통비용이 포함돼 있었다. 국내 브랜드와 해외 직수입 브랜드의 옷값은 2배 가까이 차이 났지만 품질 만족도는 국내 브랜드가 더 높았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은 27일 이런 내용의 영유아복 가격·소비자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 지원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연구원은 티셔츠·바지·원피스 등 3개 품목의 여름, 겨울 옷값을 비교했다. 국내 브랜드 34곳과 해외 직수입 브랜드 15곳,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 13곳에서 파는 5392개 품목을 모두 조사했다.
백화점에 들어가 있는 브랜드 37개 가운데 국내 브랜드 12곳의 평균 옷값은 7만1254원,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 12곳의 평균 가격은 6만8290원이었다. 해외 직수입 브랜드 13곳의 평균 가격은 13만1823원으로 가장 비쌌다. 해외 직수입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의 제품 가격은 6만원 정도 차이나 해외 직수입 브랜드가 두 배 정도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브랜드 가운데선 빈폴키즈가,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 중에선 닥스키즈가, 해외 직수입 브랜드 사이에선 봉쁘앙의 가격이 가장 높았다.
해외 직수입 브랜드에게 한국 엄마들은 봉이었다. 한·미·일·프랑스에서 함께 팔리는 버버리칠드런 등의 티셔츠 가격을 살펴보니 한국이 100이라면 일본은 88.9, 미국은 90.6, 프랑스는 92.4에 그쳤다.
각 브랜드는 사실상 상시 세일 중이었다.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조사 기간 중 93% 이상의 업체가 할인판매를 하고 있었다. 연구원은 "전체의 26%에 이르는 15개 업체는 정상가의 20% 미만에 옷을 팔았다"고 전했다. 정상가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소비자인식 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이 '7만원 미만'을 아동용 원피스의 적정 가격으로 꼽았지만, 실제로는 10명 중 6명 이상이 '7만원 초과' 가격대에서 원피스를 샀다.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고가의 브랜드에서 아이 옷을 사 입혔다. 충동구매가 많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할인 판매로 가격이 저렴해서' 아동복을 구매했다고 답했다.
연구원은 "정상가의 절반 이상이 유통마진이라는 점, 같은 브랜드의 옷이 해외보다 훨씬 비싸다는 고려하면 유통 마진율과 수입 브랜드의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소비자들도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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