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부산에 항공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경남 사천은 빈껍데기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대한항공이 제2테크센터를 건립하고 부산시는 이를 거점으로 항공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MOU를 체결한 것에 대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조 측의 지적이다.
KAI노조 비상투쟁위원회는 23일 "한국의 항공산업은 진주시와 사천시에 바탕을 둔 항공기 체계종합업체인 KAI와 항공전문 협력업체가 선도했다"며 "현재 민·관·군·학·산 등 전 분야에 걸친 항공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계 10위권 항공국가로 진입하려는 시점"이라고 운을 뗐다.
노조는 이어 "이같은 시점에 대한항공과 부산시의 부산테크센터 계획은 항공산업의 이중투자를 유발해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3월 진주·사천을 국내 항공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435만여㎡ 규모의 '경남 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정부에 신청했다. 경남도는 진주시 정촌면과 사천시 축동, 향촌동 일원을 연구·개발·생산·테스트 작업 등이 가능한 항공산업 중추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산시는 지난 19일 대한항공과 항공산업클러스터 육성을 위한 MOU를 맺었다. 대한항공은 이날 '항공산업 비전 2020'을 발표하고 기존 부산테크센터 부지와 연결된 제2테크센터를 건립해 2020년 매출 3조원 규모로 키워내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또 테크센터를 중심으로 인근 부지를 저리에 공급해 항공산업 관련 중소기업들을 유치키로 합의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대한항공의 '항공산업 비전 2020'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이미 추진 중인 'KAI 비전 20'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또 "지창훈 사장이 이날 만일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하면 현대차· 기아차처럼 별개로 운영하면서 KAI(사천)는 군수를, 부산테크센터는 민수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할 뜻을 밝혔다"며 "이는 사천을 빈껍데기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 사장의 말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KAI를 인수하면 KAI는 군수를 담당하게 될 것이고 KAI의 민수 부분도 부산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이에 민수를 담당하는 협력업체들도 부산으로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사천 지역 경제를 붕괴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노조는 이같은 부산시와 대한항공의 MOU의 뒷면에는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고 추측했다.
노조는 "지식경제부 윤모 1차관이 허남식 현 부산광역시장의 3선 연임으로 물러나는 자리를 노리고 대한항공과 부산테크센터를 밀고 있다"며 "KAI 인수건에도 관여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드시 책임 있는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경남도가 추진중인 진주와 사천지역의 '경남 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약속한 상황"이라며 "사천시민은 부도덕한 기업, 부실기업 대한항공의 KAI 인수 시도를 반드시 저지해 지역경제 파탄을 막아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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