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 중형민항기 자체 제작사업이 초기 단계부터 이상기류 속에 휩싸였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은 컨소시엄을 이뤄 2018년까지 중형민항기를 개발해 2037년까지 11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국가항공산업의 세계 7위 도약을 위한 핵심사업으로 중형민항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에 현재 세계 3대 항공기 제작 메이커 중 하나인 캐나다 봄바르디어사와 총 좌석 90석 규모 중형 터보프롭 항공기 개발을 협의하고 있다. 터보프롭 항공기는 일종의 프로펠러 항공기로, 제트항공기에 비해 연료 절감률이 20% 정도 높은 친환경 항공기다.
총 사업비는 20억(2조1728억원)달러로 우리나라 컨소시엄과 봄바르디어사가 각각 절 반씩 개발비용을 부담한다. 10억달러 중 우리나라 정부는 7억 달러를 부담하며 민간업체가 3억달러를 책임진다. 대한항공과 KAI의 사업비 부담 비율은 50대 50으로 각각 1억5000만달러씩 중형민항기 개발에 쏟아붓는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비는 순수한 제작비용으로 인건비, 토지비 등은 포함되지 않은 예상금액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독자 제작을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항공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어느 나라의 항공사든 간에 실제 일반 승객을 태워본 적이 없는 새로운 항공기를 선뜻 구입하지 않는다. 이에 우리나라는 봄바르디어사와의 합작을 통해 그들의 이름과 기술력을 빌려, 항공기를 제작한다. 이후 자체 브랜드를 세긴 항공기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이 실제로 추진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먼저 봄바르디어사는 현재 실제로 이번 항공기 제작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 여부(ROI) 등을 따지기 위한 '기초형상연구'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봄바르디어사는 지난달 말까지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었음에도 결과를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첫 계획부터 삐걱거리는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에 대한 문제가 아닌 봄바르디어사의 자체적인 문제로 인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KAI인수전도 돌발변수다. KAI인수전에 뛰어든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 둘 중 어떤 곳이 KAI를 인수한다고 해도 대단위 항공기 개발을 위한 투자사업을 재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업에 참여 중인 KAI 측 역시 매각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에 최초의 자체제작 항공기가 나온다고 해도 실제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현재 컨소시엄측은 내년 상반기께 탐색설계에 들어가 항공기 설계 등 사업의 윤곽이 드러나면 본계약 전에 봄바르디어측과 협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어 본계약 후 본설계에 들어가면 2018년께에는 첫 작품이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 컨소시엄측은 이 시기가 도래하면 전세계적으로 최소 2000대에서 최대 2300대의 중형 항공기에 대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중 절 반 가량인 1100대를 판매한다는 게 컨소시엄측의 목표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쓰비시에서 MRJ 소형항공기를 개발하고도 실제적인 판매를 못하고 있다는 점은 기술력만을 앞세워 항공기 제작에 섣불리 나서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에 "봄바르디어의 기술과 이름을 빌리더라도 실제 판매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프로젝트 성공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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