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무엇보다 머리가 참 좋다. 그런데 얼마 전 스콜피언킥보면서 좀 놀랬다. 감독님이 현역 때도 좋은 선수였나?"(몰리나)
"친구같은 감독님이다"(데얀)
FC서울의 2년 만의 K리그 왕좌 탈환. 핵심은 단연 '데몰리션 듀오' 데얀-몰리나다.
데얀은 30골로 K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며 K리그 최초 득점왕 2연패를 눈앞에 뒀다. 몰리나 역시 17골 18도움으로 한 시즌 최다 도움을 기록함은 물론, 사상 첫 한 시즌 20(골)-20(도움) 가입을 노리고 있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 듀오란 평가가 아깝지 않다.
이들이 보는 '지도자 최용수'가 궁금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정식 감독으로 취임한 첫 해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선수-코치-감독으로서 한 팀에서 K리그 우승을 경험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했다. 어떤 장점이 그를 이러한 성공으로 이끌었을지, 팀의 간판스타들이 정확하게 얘기해줄 법 했다.
데얀은 주저 없이 '신뢰'를 얘기했다. 그는 "감독님이 선수들을 정말 많이 도와준 덕분에 완벽한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라고 운을 띄운 뒤 "지난 시즌 마무리가 좋지 못했음에도, 올해는 선수들에게 더 큰 믿음을 줬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 감독에 대해 "선수들을 아랫사람이 아닌 친구처럼 항상 대해준다"라고 평했다. 이어 "선수들이 원하는 것들도 모두 수용하려고 노력하고, 서로 끊임없이 소통하도록 돕는 지도자"라며 "그런 좋은 분위기를 하나 되는 팀 정신으로 만들어줬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몰리나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무엇보다 머리가 참 좋은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떤 뒤 "감독님은 선수들이 자신에게 녹아들게 하는 법을 잘 안다"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가 보기에 가끔은 권위적인 모습이 보일 때도 있지만 그건 한국의 문화이자 방식에서 오는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은 데얀 말대로 늘 선수들을 친근하게 대해주고, 자신을 따를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라며 "덕분에 올 한해 팀이 하나로 뭉치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농담도 던졌다. 몰리나는 "제주전때 감독님이 밖으로 나가는 공을 '스콜피온 킥'으로 걷어내는 걸 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그런 실력이 남아있는지, 아니면 운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밌는 장면이었다"라고 웃어 보이며 취재진에게 "현역 때 좋은 선수였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최 감독도 곧바로 응수했다. 그는 정색하며 "나도 나름 국내에서 인정받는 스트라이커였다"라며 "프로팀 스카우트 1순위였고 K리그, J리그에서 두 경기에 한 골 씩 넣는 공격수"라고 구구절절 자기자랑을 늘어놓았다. 이에 데얀과 몰리나도 웃으며 "나쁘지 않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주변을 폭소케 했다.
한편 서울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2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서울로선 '자축'의 의미를 갖는 경기다. 서울은 시즌 세 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승점 90점으로 2위 전북(승점 78)에 12점차로 앞서 올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렇다고 '김빠진 경기'는 아니다. 최 감독은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경기"라며 "우승이란 결과에 도취돼 홈에서 허투루 경기한다면 그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더불어 "무승부나 패배는 생각도 안 한다"라며 "선수들과 자신감을 갖고 이전보다 더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라고 다짐했다.
사진=FC서울 제공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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