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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서울을 다시 챔피언으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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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서울을 다시 챔피언으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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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불과 8개월 전만 해도 FC서울의 챔피언 탈환을 예측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자신들조차 의심할 정도였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깬 압도적 우승이었다.

서울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1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36분 정조국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서울은 남은 세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2010년 이후 2년 만이자 팀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확정지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에겐 뜻밖의 성과였다. 경기 뒤 그는 "선수들과 팬들에겐 우승을 얘기했지만, 솔직히 내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3위가 현실적인 목표라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주장 하대성 등 선수들도 "시즌 초만 해도 우승보다는 3위권 진입을 먼저 떠올렸던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무리도 아니었다. 서울은 기존 강팀들 가운데 선수 보강이 가장 덜 이뤄진 팀이었다. 수원·전북·성남 등이 이적시장에서 거액을 풀던 것과 상반됐다. 개막전에선 데얀의 '항명 파동'으로 잡음까지 냈다. 수원과의 라이벌전에선 1무4패(FA컵 포함)으로 절대 열세까지 보였다. 불리함과 악재를 딛고 우승을 일궈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무엇이 서울을 다시 챔피언으로 만들었나


▲최용수-하대성의 리더십


감독과 주장은 모두 '초짜'였다. 최 감독은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으로 임한 첫 시즌이었다. 하대성은 선수 경력을 통틀어 처음 주장완장을 찼다. 둘은 경험 부족을 열정과 노력, 희생으로 메웠다.


최 감독은 다혈질이면서도 젊은 감독답게 개방적이다. 화를 낼 땐 불같이 내지만, 평소엔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스타 출신'답게 카리스마도 있다. 선수들을 다룰 줄 안다. 대구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데얀이 태업하는 모습을 보이자 단호하게 교체시킨 것이 대표적 예다.


그의 리더십 아래 선수단은 우승이란 목표만 보고 나아갈 수 있었다. 하대성은 "감독님은 자신감이 대단하신 분"이라며 "그 자신감이 그대로 경기장에서 결과로 드러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 감독 역시 '주장 하대성'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지난 시즌 잔부상으로 출장이 많지 못했기에, 주장을 맡긴다면 좀 더 책임감을 가질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성적으로 조용한 성격이지만 내재된 리더십의 잠재력을 봤다"라며 "자신보다 동료들을 위해 희생할 줄 알며 훌륭하게 팀을 이끌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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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해 축구, 실리를 취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K리그엔 '슬로건 열풍'이 불었다. 지난 시즌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K리그를 평정했던 전북의 영향이었다. '신공'(성남)·'방울뱀'(제주)·'5S'(부산)·'장미 전쟁'(경남) 등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가 동원됐다.


반면 서울의 슬로건은 평범하고 심지어 촌스럽기까지 했다. '무공해 축구'. 중의적 표현이었다. 깨끗한 페어 플레이에 대한 약속이자 '무조건 공격해'의 준말로서 공격 축구를 다짐하는 말이었다.


겉만 번지르르한 다른 팀과는 달랐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했다. 서울은 41라운드 현재 559개 파울과 61개의 경고를 기록했다. 후반기 리그를 포기한 상주 상무를 제외한 15개 구단 중 최소 수치다. 1990년 LG 치타스 이후 22년 만에 최소 경고-파울로 챔피언에 올랐다.


최 감독은 "나는 선수 시절 거친 편이었으나, 감독 입장에서 볼 때 경고나 파울관리는 리그를 치르는 데 있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출장정지 징계를 최소화해 정상 자원을 가동할 수 있었고, 세트 피스 실점을 줄일 수 있다"라며 "결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측면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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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의 역대급 활약


역대 최강 외인 투톱으로 꼽히는 '데몰리션 듀오' 데얀-몰리나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이동국(전북) 정도를 제외하면 리그 전체에서도 견줄 선수가 없을 뿐 아니라, K리그 전체 역사를 통틀어서도 역대급 활약이었다.


데몰리션 듀오가 합작한 골이 무려 47골. 나머지 15개 구단 중 7팀이 이보다 적은 골을 넣었다. 이들의 화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둘의 융단 폭격에 상대팀은 속수무책이었다.


데얀은 41라운드 현재 30골로 역대 K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경신했다. 더불어 K리그 사상 최초의 득점왕 2연패도 눈앞에 뒀다. 시즌 초 '항명 파동'의 후유증을 떨쳐낸 활약이기에 더욱 값졌다.


몰리나의 황금 왼발도 빛났다. 17골 18도움으로 한 시즌 최다 도움 기록을 경신한 것은 물론, 전대미문의 한 시즌 20(골)-20(도움) 가입에 도전하고 있다. 'K리그 29년 역사상 최강 공격 듀오'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비 때마다 거둔 극적 반전


서울의 올 시즌 행보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은 연패가 없었다는 점이다. 서울이 올 시즌 유독 수원전에서 부진했다. 통상적으로 라이벌전 패배는 후유증으로 이어지는 법이지만 서울은 예외였다. 수원전 패배 이후엔 어김없이 승리를 따내며 분위기 반전을 일궈냈다.


극적 승리도 유독 많았다. 8월 성남전(3-1 승)과 9월 울산전(2-1 승) 등 두 차례 원정에선 경기 종료 직전 '버저비터'로 승리를 따냈다. 전북과의 선두 경쟁의 치열함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였기에 더욱 값진 승리였다. 최 감독은 "그 두 경기를 통해 '올 시즌은 우승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처음 생겼었다"라고 말했다.


7월 전북 원정도 빼놓을 수 없는 경기다. 당시 서울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수비적 전술로 나서 상대를 당황케 했다. 데얀 등 주축 선수들의 공백, 당시 연승행진을 달리던 상대의 거침없는 기세 등을 고려한 '역발상'이었다. 결국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결과적으로 이날을 계기로 전북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서울은 반등에 성공했다. 최대 위기를 최대 기회로 바꿔놓은 결정적 경기였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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