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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자기'를 버리고 '우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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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자기'를 버리고 '우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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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이쯤 되면 환골탈태라 해도 손색없다. 개인주의를 벗어던진 스타군단은 모래알 팀에서 리그 최강 클럽으로 재탄생했다.

FC서울은 2000년대 후반부터 K리그에서 손꼽히는 강팀이었다. 특히 2008시즌은 세뇰 귀네슈 감독 아래 공격 축구 기조가 창궐하던 시기였다. '역대급'으로 불릴만한 화려한 스쿼드가 이를 뒷받침했다. 박주영(셀타비고)·기성용(스완지)·이청용(볼턴)이 함께 뛰었으며 데얀·아디·정조국·이승렬(울산)·김은중(제주)·이을용(은퇴)·김한윤(부산) 등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결과는 수원에 뒤진 준우승이었다. 이듬해도 선수단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남에 패하며 맥없이 무너졌다.


구단 안팎에서 나온 지적은 한결같았다. '나만 아는' 분위기와 나약한 프로근성이다. 당시 서울은 K리그에서 유독 개인주의가 심한 팀이었다. 서울 관계자는 "모두 스타 선수들이어서 그런지 팀보다는 개인이 빛나고 서로 잘났다는 생각이 팽배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축구계 관계자 역시 "오랜 시간 수도권팀 특유 자율적 분위기가 어설프게 자리 잡았던 시기"라며 "그러다 보니 개인주의가 심했고, 단결력도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2010년이다. 감독은 여전히 외국인 지도자인 넬로 빙가다였다. 그 대신 신임 수석코치였던 안익수 현 부산 감독이 규율과 원칙, 팀정신을 강조하며 선수단 분위기를 바꿔나갔다. 현영민·김용대 등 베테랑의 영입도 한 몫 했다. 김한윤·박용호 정도를 제외하면 젊은 선수 일색이던 서울이었다. 모범적 태도를 갖춘 고참들의 가세는 모래알 같던 팀이 끈끈한 점성을 갖는 계기가 됐다. 결국 서울은 그 해 우승을 차지했다.


변화의 완성은 2012년에 이뤄졌다. 이번엔 최용수 감독이 중심에 섰다.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선장에 취임한 최 감독은 스타군단의 개인주의나 '깍쟁이 버릇'을 철저히 배제했다. 현역 시절 스타 출신답게 특유 '보스 기질'로 선수들을 휘어잡았다. 그러면서도 가족적 분위기를 강조했다. '나'보다는 '우리'를 내세웠고, 수동적 자세보다 능동적 태도를 원했다.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철저히 배제시켰다.


FC서울, '자기'를 버리고 '우리'를 얻었다


최 감독은 "단체 스포츠에선 절대로 뛰어난 개인이 팀을 이길 수 없다"라며 "그동안 '원클럽맨'으로 지내며 서울의 개인주의적 분위기가 아쉬웠는데, 올해는 그런 점을 잘 떨쳐냈다"라고 자평했다. 더불어 "선수들은 그런 점을 강조하는 감독의 한마디 한마디에 서서히 '세뇌'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그 덕에 팀 전체에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부주장 김진규은 "감독님은 누구 하나가 튀는 걸 절대 못 보신다"라며 "어떤 의미에선 경기 내용보다도 팀으로서 하나 되는 분위기를 더 강조하실 정도"라고 밝혔다.


최고참 김용대 역시 "밖에서 봤을 때 예전 서울은 스타는 많지만 개개인으로 융화가 잘 안되던 팀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0년에 합류하면서 선배 선수들끼리 얘기를 많이 나누고, 우리가 잘 이끌면 팀이 달라질 것이라 얘기했었다"라며 "그 덕분인지 2010년에 우승을 했고, 올해도 2010년에 뛰었던 몇몇 고참 선수들이 후반기에 재합류하면서 다시 그 힘이 발휘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대성은 "내가 주장이긴 했지만 나이는 중간이어서 위치가 좀 애매했다"라며 "때로 선수들을 소리치며 다그치고 싶어도 선배들이 있어 처음엔 눈치가 보였었다"라고 했다. 이어 "그런 점을 형들이 먼저 알고 적극적으로 도와줬다"라며 "필요할 땐 자리도 피해주고, 내 말에 맞장구도 쳐주며 힘을 북돋아줬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FC서울, '자기'를 버리고 '우리'를 얻었다


프로의식과 팀 정신이 투철한 외국인 선수들이 한 데 모인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보통 외국인 선수들은 전혀 다른 문화와 가치관 탓에 국내 선수들과의 융화가 어렵다. 서울은 달랐다. 기존 데얀-아디에 지난해 몰리나-제파로프, 올 시즌 에스쿠데로 등 누구 하나 팀 분위기를 흩트리는 선수가 없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며 팀을 하나로 만들었다. 정조국도 "경기장에서만큼은 아내보다 데얀이 가깝다"고 할 정도였다.


대표적 에피소드는 시즌 초 데얀의 '항명파동' 당시다. 서울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데얀에게 문자와 전화, 그리고 대화로 위로와 격려를 건넸다. 훈련 때는 평소보다 더 많이 데얀에게 장난을 치고, 경기 중에도 그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덕분에 데얀은 빠르게 심리적 후유증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이내 최상의 기량을 회복했다.


최 감독은 서울 외국인 선수들에 대해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또 마음을 열어 동료와 함께 생각을 공유할 줄도 안다"라며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팀워크를 다지고, 공동체 의식을 싹 틔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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