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당장의 위기는 모면했지만 여전히 풍전등화다.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수렁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오직 승리. 마크 휴즈 퀸즈파크레인저스(QPR) 감독의 현 상황이다.
올 시즌 QPR은 최악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꽤 이름값 있는 선수단 구성과 달리 초라한 성적을 거듭한다. 기존 지브릴 시세·숀 라이트-필립스·아델 타랍, 바비 자모라 등에 박지성·줄리우 세자르·조세 보싱와 등 준척급 선수들이 가세했건만 개막 이후 12경기 성적은 4무 8패에 그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하위이자 유일한 무승 팀이다. 9골을 넣는 동안 무려 23골을 내줬다. 창끝은 무디고 방패는 헐겁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모든 비난은 수장을 향하고 있다. 전술 부재는 물론 선수단 융합에 실패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구단 안팎에서 경질 가능성이 대두되는 형국. 팬들의 원성도 17일(이하 한국 시간) 19위 사우스햄튼과의 홈경기 패배(1-3)로 극에 달했다. 경기장 곳곳에는 경질을 뜻하는 'SACK'이란 단어를 담은 온갖 풍자가 난무했고, 심지어 '해리 레드냅 전 토트넘 감독을 데려오라'는 문구마저 등장했다. 경질은 수순인 듯 했다.
고민에 휩싸인 QPR 구단 경영진은 장시간 회의를 통해 휴즈 감독을 한 번 더 믿기로 결정했다. 토니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지난 10월 초 약속했던 2개월의 유예기간이 지켜진 셈이다.
QPR의 전설적 공격수 로드니 마쉬 역시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구단주라면 휴즈 감독에게 네 경기를 더 이끌 기회를 줄 것"이라며 "비록 초반은 실망스러웠지만 네 경기에서 변화를 만든다면 남은 22경기도 잘 치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낙관론 같지만 은연중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는 발언. 실제로 QPR은 당장 레드냅 전 감독이란 괜찮은 대안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휴즈 감독의 데드라인은 2주 뒤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남은 일정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QPR은 당장 25일 맨유 원정을 치른 뒤 선더랜드(원정)-애스턴 빌라(홈)-위건(원정) 등과 차례로 맞붙는다. 네 경기 중 세 경기가 원정이란 사실도 적잖은 부담이다.
물론 반전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맨유를 제외하면 모든 팀들이 해볼 만한 상대인데다, '주장' 박지성이 부상을 털고 맨유전에서 돌아온다. 결국 열쇠는 첫 승이다. 통상적으로 전력에 비해 오랜 부진을 겪던 팀은 오랜만의 승리로 극적 반등을 일궈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무승 기간이 16경기까지 늘어난다면, QPR도 휴즈 감독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기란 어려워 보인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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