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대형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올 상반기(회계연도 기준, FY2012 4~9월) 실적이 전년동기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를 감안하면 당초 예상을 뒤엎는 실적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즉시연금 등 일시적인 자금 유입이 실적을 높인 요인으로 분석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생명의 수입보험료는 12조5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5.4% 증가했다. 한화생명 역시 6조3840억원으로 14.9% 늘었다. 수입보험료는 일반기업으로 따지면 매출에 해당한다.
양사의 수입보험료가 이처럼 늘어난 데는 즉시연금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8월 정부가 과세 방침을 밝힌 이후 가입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올 상반기에 거둬들인 즉시연금 규모는 전년동기대비 85.8% 늘어난 2조6952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 수입보험료 증가액 3조2698억원의 82.4%에 해당한다. 즉시연금이 올 상반기 수입보험료 확대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비과세 혜택을 못 본다는 의견이 확산되면서 즉시연금 상품에 가입이 몰렸다"면서 "보험사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0~50% 증가했는데, 지난해 실적이 낮은데 따른 기저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해외자산운용 실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유럽발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우리나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상승으로 현지 투자한 금융상품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국가신용등급 상승으로 수익을 만회했다.
이에 따라 최근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자산운용수익률은 지난해 5.0%에서 5.2%로 올랐다.
한화생명 역시 5.2%에서 5.5%로 향상됐다.
이 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양사는 이구동성으로 '내년이 걱정'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세 방침에 즉시연금 효과는 물론이고 저금리에 따른 자산운용수익률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비용절감 등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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