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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평등 속 18년뒤 가족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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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A씨는 비정규직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 B씨도 대기업 직원들보다 임금이 낮다. 5살인 둘째는 오전에는 유치원에서, 오후 2시 이후에는 집 근처 허름한 놀이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초등학교 4학년인 첫째는 집 근처 보습학원에 다녀와 혼자 논다. 이 와중에 친정아버지의 노환 수발을 들 사람이 없어 저렴한 민간요양시설 입소를 고려중이다. 여동생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데다가 부양 문제 분담에서도 갈등을 빚는 것도 고민이다. 경제격차는 크고 도움받을 곳은 없는 2030년 어느 가정의 모습이다.


 한국의 가족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익숙한 현상이 됐고 경제ㆍ노동환경도 크게 바뀌어가는 상황이다. 가족에 대한 인식을 전환활 때가 됐다. 그렇다면 약 20년 뒤인 2030년의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내 놓은 '2030년 한국의 미래가족시나리오'는 가족의 미래변화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가족변화와 삶의 모습을 맞춰 보는 예측안이다. 여성ㆍ가족 정책설계를 위해 2014년까지 4개년 과제로 진행되고 있다.

 조사 결과 2030년의 가족은 경제적 수준과 돌봄 방식, 가족구성원에 대한 의식에 따라 몇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 시나리오 대상으로 가상 설정된 40대 중반의 맞벌이 부부는 각각 대형마트 계산원과 중소기업 회사원이다. 자녀는 초등학교 4학년과 유치원에 다니는 5살 2명. 시댁은 경제적 어려움이 없지만 자식들과 가까이 지내려는 욕구가 강하다. 친정에서는 노환인 아버지를 어머니가 돌보고 있고 30대 미혼 여동생 한 명이 있다.


 ▲ 경제적 불평등이 심할 때=앞선 시나리오는 경제적 불평등 수준이 높고 돌봄서비스를 국가나 시장이 아닌 가족에 의존하는 경우다. 반면 가족의식은 개인중심가치 쪽으로 옮겨가면서 앞선 세대와 갈등하게 된다. 시장에서 다양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국가 대신 민간 서비스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가격에 따라 서비스 수준의 격차가 크다. 소득수준이 낮으면 '그림의 떡'이다.

 ▲경제 불평등이 줄고 국가가 돌봄 서비스 제공=경제적 불평등이 줄어들고 국가가 다양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면 가족의 삶은 달라진다. A씨와 B씨 모두 대기업 종사자와 임금 차이가 크지 않고, 둘째는 질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으로 시나리오가 확 바뀐다. 친정아버지도 지역 국공립 주간보호시설을 정기적으로 이용하고 부모세대 모두 공공여가시설을 통해 활기찬 노후생활을 즐긴다. 그만큼 가족의식도 개인중심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쪽으로 바뀐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던 여동생의 입장도 긍정적으로 변한다. '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 시나리오다.


 ▲사회는 평등하나 가족내에선 불평등=그러나 가족에 대한 의식이 바뀌지 않을 경우 사회는 평등하지만 가족 내 불평등은 공존하게 된다. 가족 전체를 위해 가족구성원이 양보하거나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남아 있는 것이다. 만약 경제적 불평등 수준이 높고 돌봄서비스도 없는 상황에서 보수적 가족의식이 강화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여성들은 맞벌이를 하면서 살림과 양육 부담에 시달리고 부모까지 돌봐야 한다. '가족부담 극대화 시나리오'다.


 지난 10월 20대 이상 일반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수용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선호도 1위는 '느슨하지만 친밀한 시나리오' 였다.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도 꼽혔다. 반면 '가족생활 부담 극대화 시나리오'는 가장 수용도가 낮았다.


 장혜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사회통합정책연구실장은 "이번 연구는 한국사회 최초의 가족 시나리오 개발"이라며 "1인가구와 부부가구, 만혼과 출산연기, 맞벌이가구 증가 등 가족이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어 시나리오 개발을 토대로 국가 중장기전략과 정책과제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8일 관련 공동학술세미나를 갖고 시나리오를 더 구체화하는 한편 향후 정책방향을 도출할 예정이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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