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 선거가 끝났다.버락 오바마나 밋 롬니 중 누가 되는지와 상관없이 미국은 진짜 시험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선거를 치르면서 미뤄놓은 숙제를 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자에서 대선 당선자가 직면한 테스트를 지도력 테스트라고 규정했다. 다시 말해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 이상을 뛰어넘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안으로는 성장에 불을 지피고 밖으로는 이란 핵문제와 중국의 급부상, 일본의 쇠퇴를 동시해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제는 어느 당 하나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자가 민주당과 공화당을 잘 설득하고 미국과 세계 경제에 이익을 주는 해결책을 찾아내야 풀 수 있는 일이다.
성장의 불꽃을 재 점화시키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미국은 지난 3·4분기 2% 성장을 이뤘고 내년에는 2%,2014년과 2015년에는 3~4%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이는 기업이 활발히 투자하고 소비가 활성화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기업들은 '재정절벽'(fiscal cliff)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수익률 상승에 따른 유럽 국채위기 재발 등에 대한 우려로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 FT는 기업이 보유한 현금을 1조7000억 달러라고 주장했다.
유럽이야 대외변수라고 치더라도 재정절벽은 대통령 당선자의 설득여부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이 타협할 여지가 있는 사안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이 문제는 풀리지 않았고 내년 1월 재정지출삭감과 세금감면조치의 종료에 따른 세금인상으로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이며 계속 풀리지 않을 경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세계 경제에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냉정한 말투와 따지는 듯한 접근법은 의회내 공화당의 장벽을 허물지 못했다. 그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단한표의 공화당 표를 얻지 못했다는 것은 그의 설득력 부족을 웅변한다. FT는 오바마가 빌 클린턴의 ‘매력’이나 린든 존슨의 ‘권위’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의 냉정한 논리는 의회의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당선자는 FT가 의원들이 몰려있는 의사당은 선심성 정치와 아부,질좋은 쿠바산 시가에 더 민감하다고 꼬집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선자가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 재정절벽에 관한 타협안을 이끌어내는 게 급선무다.바로 그것이 기업의 신뢰를 얻어 투자의 물꼬를 터는 길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라진 미국의 ‘할 수 있다’는 낙관주의 정신을 재점화하는 길이라고 FT는 조언했음을 당선자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양적완화와 규제완화,세금감면을 통해 경제를 부양한 결과 소비가 다시 살아나고 주택가격 하락이 진정되는 등 미국 경제는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것이 폭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폭제다.
그 기폭제는 재정절벽 해소와 부채상한 상향조정을 통한 기업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는 곧 선거후 레임덕 기간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난 해 여름처럼 교착상태를 재발시켜서는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선자는 또한 시급한 외교현안도 풀어야 한다.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외교적 해결,경제제재 강화, 미국주도의 공격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것이다.초당적 지지가 필요한 대목이다.
아울러 내전이 격화되는 시리와 리비아를 비롯한 아랍의 봄을 매듭지어야 한다.
대 중국 정책도 새로 정립해야 한다. 미국은 뒤늦게 아시아 중심으로 외교정책을 전환했지만 중국은 경제력에 바탕을 둔 군사력을 증강시켜 아시아의 맹주로 자리잡았다. 특히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며 미국의 우방인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저비용의 중국과 ‘무자비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한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로 전락해 미국의 걱정거리가 됐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다. 그렇더라도 미국은 과제들을 능히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걸 요인을 갖고 있다.
미국의 경제체력이 과거와 달라졌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은 완충자본을 크게 늘려 과거에 비해 건실해졌다.오바마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성장의 발판은 마련됐다.
둘째 셰일가스와 석유혁명은 에너지 비용을 낮춰 제조업 르네상스가 일어나게 했다.
셋째 중국 등에 진출한 많인 기업들이 유턴해 와 일자리도 늘고 있다.
넷째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미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돼 필요한 처방전을 마련할 것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승자는 패배자의 정책에서도 배울 것은 배우는 미국 정치가 모든 문제의 씨앗인 재정절벽과 같은 난제를 풀 것이라고 기대를 걸게 한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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