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보다 환율 더 민감할뿐..
주가 지나친 저평가 상태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실적 발표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가 다른 궤적을 그리면서 '형만한 아우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차의 이익 모멘텀이 지난해 차ㆍ화ㆍ정 열풍이 불었던 때와 다르지 않아 시장이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일 기아차는 장중 한때 5만9500원을 찍으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날 외국인들의 저가 매수세에 2%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지난 5월2일 신고가(8만4800원) 대비 27.8% 하락한 상태다. 현대차가 같은 기간 17.4% 떨어진 것에 비해 낙폭이 상대적으로 깊다.
기아차의 주가 약세는 3분기 실적이 예상대로 부진한데다 내년 회복세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기아차는 노동조합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3분기 실적 부진이 예고됐었다. 그러나 기아차 실적 발표 하루 전 현대차가 예상을 뒤엎고 영업이익률 10%를 지키는 등 선방하자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옮겨갔다. '혹시나'는 금세 '역시나'로 바뀌었고 실망매물에 신저가까지 추락하게 됐다.
이들은 지난 상반기까지는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연초 삼성전자와 함께 시장 주도주로 자리매김하며 지난 5월2일 나란히 신고가를 찍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현대차가 등락을 거듭하는 것과 달리 기아차는 쭉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도 벌어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올해 현대차의 예상 PER는 7.12배이고 기아차는 5.72배다. 지난해 차ㆍ화ㆍ정 열풍 속 현대차 PER가 7.94배, 기아차가 7.80배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그러나 두 기업간 주당순이익(EPS) 격차는 지난해와 비슷해 이익만 보면 기아차가 특별히 저평가 받을 이유가 없다. 현대차의 올해 예상 EPS는 3만1795원, 기아차는 1만889원으로 약 2.9배 차이가 난다. 밸류에이션이 비슷했던 지난해에는 현대차 EPS가 2만6817원, 기아차가 8555원으로 약 3.1배 차이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가 현대차보다 환율민감도가 크고 내년에 주간 2교대 근무를 실시한다는 내용 때문에 과도하게 주가가 하락했다"며 "환율 하락세가 진정되고 이번주에 나올 10월 판매 데이터에서 회복세가 나타나면 저평가 상태라고 보고 투자해도 좋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채권 신용등급을 1단계 상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이날 두 자동차 회사의 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1'로 올리고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부여한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기아차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대해 기아차가 어려움을 겪으면 현대차가 재정 지원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