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정 아모레퍼시픽 헤어케어 책임연구원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헤어스타일에 민감한 여성들이 염색을 아무리 자주 한다고해도 일년에 2~3번 하잖아요, 저희는 일주일에 최소 5번에서 10번씩 거품 염색을 합니다. 성한 머리털이 남아나질 않죠. 그래도 제품력이 좋아져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다면 빡빡 밀 때까지 해도 좋습니다."
15일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만난 박재정(33)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연구소 헤어케어 연구원은 "거품 염색은 혼자서도 쉽고 빠르게 염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6년차 된 박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에서 거품 염색제 개발을 맡고 있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다. 자타공인 '거품염색제 달인'이라고 부를 정도다. 실력도 실력이지 만 열정이 대단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2년 보건제품(GH) 품질인증 평가에서 수상한 '미쟝센 쉽고 빠른 거품염색' 제품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미쟝센 쉽고 빠른 거품 염색'은 사용 편의성을 강화한 제품으로 혼자서도 쉽고 빠른 시간 내에 염색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염색 단계 중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소비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단계가 바로 '도포단계'다.
박 연구원은 "거품 유지력이 모발에 도포된 내용물의 흘러내림 여부 및 염색 품질력을 결정한다"며 "이를 위해 숱한 실험을 거쳐야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마네킹 머리에 염모제 발색 실험을 할 수도 있지만, 사람 두피에 있는 온기로 발색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진해 마루타가 되기도 했다.
"팀 회식할 때였어요. 나쵸칩을 안주로 해서 맥주를 마셨는데 나쵸에 생크림과 샤워크림이 같이 올라왔더라구요. 이걸 보니까 문득 '머리에 발라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때는 거품 염색의 발림에 대해 완전히 빠져있는 상태였거든요. 미쳤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결국 화장실에서 몰래 두 크림을 발라봤죠."
박 연구원의 '괴짜 실험'은 곧 제품기술에 응용됐다.
"생크림은 일단 머리에 바를 때 발림이 우수했어요. 샤워크림은 생크림보다 밀도가 높잖아요, 그래서인지 밀착감이 더 강하고 두텁게 발리더라구요. 이후 개발한 거품염색약의 특징이 바로 여기서 나왔습니다. 처음 바를 때에는 가벼운 느낌으로 넓게 퍼져 발리다가, 바르면 바를수록 점도있는 로션처럼 바뀌게 되는 거죠."
지금도 거품 염색과 관련한 아이디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놓는다. 심지어 염색을 거실에서 하느냐, 화장실에서 하느냐에 대한 질문지까지 만들어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고 있을 정도다.
박 연구원은 인터뷰 말미에 "사실 아모레퍼시픽 R&D 제품 발표 때마다 '염모제의 달인'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소개해왔는데 실제로 '유통의 달인' 코너에 소개될 줄 몰랐다"며 "이제는 3년 내 국내 염모제 분야 최고가 되고 5년내에는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겠다"며 다시 한 번 주문을 걸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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