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어떻게'는 없이 '잘하자'는 구호만 남긴 채 회의가 끝났다. 14일 일본 도쿄에서 엿새 일정으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가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중국을 뺀 190여개 회원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머리를 맞댔지만 세계 경제를 살릴 처방은 제각각이었다.
세계 경제를 이 지경까지 몰고온 유로존 국가들은 여전히 몰염치했다. 회기 중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BBB-)까지 떨어진 스페인은 "IMF를 통한 전면 구제금융은 필요 없다"면서 강제 긴축을 대가로 돈을 꿀 생각은 없다고 버텼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실업자인 그리스의 긴축 스케줄을 두곤 IMF와 독일이 입씨름을 벌였다. 성장세를 회복할 짬을 주자는 의견과 약속을 지키라는 원칙론이 부딪쳤다.
세계 GDP의 20%를 생산해 내는 한·중·일 3국의 갈등도 총회의 힘을 뺐다.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에 반발해 중국의 셰쉬런(謝旭人) 재정부장과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회의에 불참했고, 일본 정부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한·일 양국은 무기한 연기했던 재무장관 회의를 적절한 때 재개하자고 합의했지만 시기를 못박진 못했다.
선진국의 돈살포 문제도 논란거리였다. 신흥국들은 발권력에 기대 경기를 붙드는 미국·일본 같은 선진국들이 신흥국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원자재 값을 올린다며 불만이지만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다음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자 제안하기로 한 것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였다.
저마다 통증만 호소하다 끝난 IMF 총회는 세계가 정치의 계절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하게 했다. 다음 달 차기 지도자를 뽑는 중국, 조만간 총선을 치를 일본, 연말 대선을 앞둔 한국과 미국, 지방선거를 앞둔 스페인…. 48년만의 도쿄 총회는 나무랄 데 없이 촘촘하게 준비됐지만, 세계 경제를 말하는 자리에서 회원국들이 바라본 건 국내 표심(票心)이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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