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14일 재벌 개혁과 금융개혁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 7대 과제를 발표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민주화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다음은 전문이다.
저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길 바라는 꿈을 가지고 섰습니다.
대한민국은 많이 자랐습니다. 많이 변화했습니다. 산업화가 이뤄졌습니다. 기업은 크게 성장해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습니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졌습니다. 대통령 선거에 누구나 참여합니다.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그런데, 변함 없는 게 있습니다. 서민들의 삶입니다. 삶이 힘들다고 하십니다. 시장에서 장사가 안된다고 하시고, 학교에서 학생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답니다. 어르신들은 지하철에서 굽은 허리를 잡고, 까치발로 폐지를 수거합니다.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고 세계 경제 순위는 15위입니다. 국민소득은 올랐다는데, 국민들의 삶은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한 계단 오르기도 힘이 든다고 하십니다. 24시간 영업을 해도 가게 월세도 못내고 있다고 하소연하십니다.
이대로 가면 안됩니다.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삶이 여러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풍요로운 삶이 국민들께 고루 나누어져야 합니다.
그 방법으로 경제민주화를 말씀드립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적 가치는 기회의 균등, 과정의 공정, 약자의 보호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가치들이 지켜지지 않아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요?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재벌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재벌 총수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편법적으로 부를 물려주고 있습니다. 재벌 총수가 적은 돈으로 거대 그룹을 좌지우지합니다. 재벌 총수에 대해서는 사실상 사법적 통제가 미치지 않습니다. 재벌 총수가 금융 계열사를 이용하여 투자자의 돈으로 계열회사를 지배합니다.
가장 강하고 많이 가진 이들이 가장 불공정한 일을 벌이고 있는 곳, 이곳을 먼저 뚫어야 경제민주화가 시작됩니다.
특히 일부 재벌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거대하여 재벌의 부실이 곧 국민경제 전체의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전혀 이루어지고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 재벌개혁은 기업활동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막힌 곳을 뚫고, 기업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기업은 원래 물건을 만들어내고, 그 물건을 팔고, 그렇게 번 수익을 나눠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술혁신으로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냅니다. 앞서가는 마케팅으로 물건을 더 잘 팝니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협력업체에 정당한 대금을 지급해 수익을 나눕니다. 이런 활동을 막는 재벌체제를 먼저 개혁하겠다는 것입니다.
재벌이 버티고 있는 곳에 중소 벤처기업의 협력업체의 기술혁신 의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벌이 버티고 있는 곳에 동네 상인들의 설 땅은 점점 좁아집니다. 재벌이 버티고 있는 곳에 임직원들과 소비자와 소액주주와 지역주민들은 왜소해지기만 합니다.
오늘 저는 우리 경제의 기득권을 걷어내고 질식된 경제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고, 메마른 땅에 혁신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7대 재벌개혁과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재벌 총수의 편법 상속·증여,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철저히 방지하겠습니다.
둘째, 총수 및 임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법을 집행하여 법앞의 평등을 실현하겠습니다. 특히 재벌 총수가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벌금만 내고 면죄부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재벌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여 국민경제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계열분리명령제 도입을 검토하겠습니다.
넷째, 재벌이 계열 금융기관을 이용하여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금융과 산업이 결합되어 경제의 위험요인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강화하겠습니다.
다섯째, 작은 돈으로 그룹 전체를 손쉽게 지배하는 대표적 수단인 순환출자를 금지하겠습니다.
여섯째, 지주회사에 대한 부채비율을 축소하고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상향조정하여 지주회사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고 단순하게 만들겠습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 다중대표소송 제도 도입, 집중투표제 강화 및 국민연금등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소수주주를 보호하고 재벌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겠습니다.
재벌개혁을 위한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벌이 현재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방지하고, 법 앞의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재벌개혁을 선언합니다.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고 수단입니다.
우선 시급히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를 1단계로 먼저 추진한 후 그것으로 재벌의 불법행위가 충분하게 통제되는지를 재벌개혁위원회를 통해 점검하겠습니다.
1단계 재벌개혁 조치를 통해 재벌이 골목 상권의 보호, 비정규직 문제 해결, 하청기업과의 선순환 구조 구축, 일자리 창출 등 우리 사회의 바람에 부응하기를 희망합니다.
만일 1단계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미흡하여 재벌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동행하지 못하는 경우, 제2단계로 계열분리명령제등 보다 강력한 구조개혁 조치를 검토하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으로 부가 집중되고 기회가 박탈되는 낡은 경제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특권이 끊임없이 확대되는 불공정한 기득권 구조를 바꾸겠습니다.
사실 경제민주화는 대통령이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헌법119조는 또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이루는 경제민주화는 "국헌을 준수해야 할" 그리고 국민의 삶을 보듬어야 할 대통령의 중대한 책무입니다.
대통령에 출마하는 세 후보가 모두 경제민주화를 말씀 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저는 두 분 보다 좀 더 먼길을 걸어보려고 합니다.
제게 경제민주화는 단순히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이 아닙니다. 재벌개혁은 시작일 뿐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여러분의 삶을 풍요롭게 하겠습니다. 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중견기업 육성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잘 살게, 그리고 그 가족들이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성장사다리를 복원해 혁신경제로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함께 비극을 막아주십시오.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서 여러분의 참여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You-Tay 님께서 소상공인 협동조합으로 소상공인 경제민주화 실현하자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새가게운동'을 펼쳐보자고 합니다. 청년·대학생과 은퇴한 전문가를 결합하여 '소상공인종합회사(협동조합)' 시스템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참신한 생각을 주셨습니다.
재벌개혁이 강자의 횡포를 막는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면, 이런 협동조합 운동은 약자의 힘을 키우는 경제민주화의 결승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이 성장동력을 잃지 않는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참여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갑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새로운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재벌개혁은 시작입니다. 먼 길을 갈 겁니다. 선의가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선의를 모아주십시오. 저와 함께 가주십시오. 고맙습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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