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영화 '광해'가 1000만 관객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문재인 두 대선후보가 잇달아 '광해'를 관람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영화를 관람한 데 이어 12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극장을 찾았다. 안철수 후보는 영화 관람 후 "약자를 대하는 지도자의 진정성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했다"며 "한국영화가 나날이 발전하는데 자부심을 느낀다"는 소감을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영화가 끝난 후 관람석에 혼자 앉아 5분간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많이 운 적은 없었는데 도저히 억제가 안 됐다"며 "영화 속 대사나 장면에 참여정부 시절을 기억나게 하는 장면이 많아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며 눈물을 흘린 이유를 설명했다.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누구일까? =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광해가 의식을 잃은 사이 광해와 똑같이 생긴 천민 하선이 대신 왕 노릇을 하면서 목격하게 되는 조선 정치판의 비열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백성의 삶을 자신의 삶처럼 돌보는 천민 하선과 제 이익 불리기에 바쁜 조선 세도가들의 대립을 통해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의 모습은 어떤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가 대선주자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400여 년 전 조선의 이야기지만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자꾸 오버랩된다. 권력 다툼에 매몰된 정치와 그로 인해 고통 받고 소외당하는 백성의 삶은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눈만 마주치면 죽일 듯이 으르렁거리던 서인과 북인 사대부들이 대동법을 막기 위해 야합하는 장면에서는 망치를 들고 싸우다가도 세비를 올릴 때는 한마음으로 뭉쳤던 국회의원들이 떠오르고,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는데도 명에 사대의 예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료들의 행동에서는 여전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강대국에 끌려 다니기만 하는 힘없는 외교력이 연상된다. 또 백성의 삶이 아니라 왕권이 우선인 왕의 모습에서는 소외되는 국민의 삶이 겹쳐진다 .
◇소설, 영화, 연극까지 이어지는 ‘광해 열풍’= 광해는 최근 문화계에 불고 있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걷는나무 ) 소설이 지난달 12일 가장 먼저 출간됐으며 영화 개봉에 이어 내년 2월에는 연극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소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출간 직후 소설분야 1위, 종합 8위에 오르며 현재까지 2만5000부가 팔려나갔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집필한 소설은 영화와 비교해 허균의 시선을 비중 있게 다뤘으며 결론도 다르게 맺었다.
영화 속에서 카리스마 있는 킹메이커로 등장하는 허균은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었던 역사 속 실제 모습을 살려 현실감 있게 묘사했고, ‘진짜 광해였다면 제 멋대로 정사를 펼친 대역을 어떻게 했을까?’ 하는 질문에도 영화와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소설에서는 '왜 광해가 폭군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대동법과 호패법이 광해와 신료들의 권력 다툼에서 쟁점이 된 이유는 무엇이며, 끊임없이 역모 사건이 이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등 러닝타임의 한계로 영화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도 충분히 풀어놓는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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