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兆 규모 경기부양책 포함
자위대 존재 헌법9조 명시한
헌법개정안 추진도 가속화될 듯
일본 집권 자민당이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아이돌급 인기'에 힘입어 역사적인 대승을 거뒀다. 여당이 과반 의석 독주 체제를 확립하면서 '사나에노믹스(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경제부양 정책)'와 자위대 존재를 헌법 9조에 명시하는 헌법개정안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9일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체 중의원 의석(465석)의 3분의2 이상인 316석을 확보했다.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도 36석을 얻었다. 이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 때인 1986년 자민당이 총선에서 얻은 역대 최다 의석(300석)을 넘어선 수준이다. 아베 신조 총리 때는 전체 의석수가 현재와 같았지만 300석까지 얻지는 못했다.
일본에서 한 정당이 중의원에서 단독으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것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을 제외하면 의석수가 50석을 넘긴 정당도 없다. NHK는 "단일 정당이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한 것은 전후 처음"이라고 짚었다.
다카이치 총재 메시지 1억뷰 기록
집권 자민당이 난국 속에서도 역사적 압승을 거둔 주된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가 꼽힌다.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 열풍에 자민당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비자금 스캔들'과 정치자금 문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과 자민당 유착 등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유세 현장에는 아이돌 가수 콘서트처럼 많은 사람이 몰렸고, 다카이치 총리는 명료한 표현으로 '강하고 풍요로운 일본'을 만들고 국력을 강화하겠다며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자민당이 유튜브 계정에 올린 '다카이치 총재 메시지'는 정치 영상으로는 이례적으로 조회 수 1억회를 넘겼고, 엑스(X·옛 트위터)에서도 자민당과 관련된 글이 작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와 비교해 늘었다.
교도통신은 "다카이치 총리가 쇄신하는 느낌을 연출해 자민당이 압승했다"며 "종래 보수층뿐만 아니라 무당파층까지 끌어들였다"고 해설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이 혼전 지역구에서 '다카이치 인기'를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해 효과를 얻었다고 해설했다.
자민당 관계자도 이번 총선에 대해 '완전히 다카이치 총리 인기에 의존하는 선거'라고 밝혔다. 우익 성향 야당인 일본보수당의 햐쿠타 나오키 대표는 개표 윤곽이 나온 이후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가 압도적이었다"고 말했다.
사나에노믹스 전면 가동
당초 자민당 공약에 포함됐던 다카이치표 '적극 재정' 정책 기조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른바 '사나에노믹스'다. 21조엔(약 2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식료품 소비세 한시면제 등 공격적인 감세안 추진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8일 여당 승리가 확실시된 후 NHK방송에 "제가 꼭 심판받고 싶었던 것은 경제 재정 정책을 크게 전환하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이라며 "특히 위기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를 확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출범될 2차 다카이치 내각의 각료진과 관련해서는 "지금 각료들은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두가 정말 열심히 일하고 결과를 내는 만큼 바꾸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가 각료 후보를 낸다면 "생각해볼 문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식료품 소비세율 감세 관련 공약과 관련해서는 "논의를 가속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직접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현행 소비세율 10%(경감세율 8%)가 적용되는 식료품을 대상으로 한다.
'평화헌법 체제' 중대 변화 생길 듯
자위대 존재를 헌법 9조에 명기하는 개헌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에서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각각 의원 3분의 2(310석)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자민당은 316석, 일본유신회는 36석을 얻은 상태다. 여기에 개헌에 우호적인 이들 정당 의석수를 더하면 394석에 달한다.
앞서 자민당과 유신회는 지난해 10월 연립정권 출범과 함께 개헌 추진에 합의했다. 이후 헌법 9조와 긴급사태 조항 개정을 위한 조문 기초 협의체 설치를 결정했다. 총선 이후 자민당이 중의원 헌법심사회장을 탈환할 경우 개헌 논의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개헌 핵심은 전쟁과 전력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로, 자민당은 실질적 군대 역할을 하는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유세에서 "자위대의 지위와 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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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파트너인 유신회는 전력 보유 금지 삭제와 집단 자위권 명시를 주장하는 반면, 제1야당과 일부 군소 야당은 평화헌법 유지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개헌 세력이 중의원에서 압도적 다수를 확보하면서 헌법 9조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개헌이 현실이 될 경우 일본은 종전 이후 유지해온 평화헌법 체제에 중대한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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