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국세청 국정감사 현장에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육성이 녹음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국정감사가 파행을 겪고 있다.
11일 국세청 국정감사 첫 질의자로 나선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이 2009년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 한상률 전 청장과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검찰진술 동영상을 공개했다.
안 의원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사망을 낳게 한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한 국세청의 기획 세무조사를 입증하는 동영상을 준비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은 3분 분량으로 한 전 청장이 검찰 관계자의 질의에 응답하는 내용이다.
한 전 청장은 동영상에서 안원구 전 서울청 세원분석국장을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투입하려다가 만찬장에서 만난 베트남 국세청장이 안 전 국장을 알아보지 못해 세무조사에 관여치 못하게 했다고 진술했다.
안 의원은 "태광실업 탈루의혹을 조사하려면 베트남 국세청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안 전 국장이 베트남 국세청장을 안다고 하자 한 청장이 이를 이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현동 국세청장에게 "태광실업의 세무조사가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졌음을 입증하는 팩트"라면서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또 "세원관리국장이 세무조사에 투입되는 게 세무조사 원칙과 절차에 어긋나는 거 아니냐. 당시 조사국장으로 보고를 받았냐"고 질문했다.
이 청장은 "태광실업 교차 세무조사는 법률적 근거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세원관리국장도 내용별로 세무조사에 일정부분 관여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본청 조사국장은 진행 단계의 개별 세무조사를 보고받지 못하므로 당시엔 보고받지 못했다. 관여할 수 없고 참여한 적도 없다"는 발언도 했다. '한 전 청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주도했느냐'는 질문에도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국감은 안 의원의 질의 도중에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하고 강길부 위원장이 이를 수용하자 야당측 의원들이 "질의 도중에 무슨 의사진행 발언이냐"며 강하게 반발해 오전 내내 진통을 겪었다.
나성린 여당 간사는 정회를 요청했고 설훈, 김현미, 최재성, 조정식 등 야당 의원 등은 의사진행발언을 수용한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고성이 오가는 등 입씨름이 이어졌다.
또한 이날 국감은 국세청이 국정감사에 출석한 참고인에 대한 소지품 검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1시간 정도 지연돼 시작됐다. 이와 관련, 김현미 의원은 "국세청에서 참고인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국세청이 민간인의 소지품을 검사할 권한이 있냐"며 항의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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