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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한글날 상장사 붙잡고 울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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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세종대왕이 주식시장 투자를 결심하고 상장사들을 열심히 찾아봤다면 눈물을 쏟을지도 모르겠다. 영어 이니셜이나 외래어로 사명을 변경해 이름만으로는 사업내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일 한글날은 우리말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올 들어 사명을 변경한 상장사 대부분은 기존 사명을 이해하기 힘든 외래어로 변경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오버슈팅’, ‘밸류에이션’, ‘컨센서스’ 등 가뜩이나 어려운 외래어 증권용어들이 난무하는 증권업계에서 상장사들조차 낯선 이름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일 한국컴퓨터는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케이티씨(KTC)로 사명을 변경해 오는 10일 변경상장한다고 밝혔다. KTC는 ‘Korea Computer Terminal Inc.’의 줄임말로 뜻을 살펴보면 기존 사명인 한국컴퓨터와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이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금융단말기, 자동화기기 유지보수 등의 사업 내용을 연관시키기에는 기존 사명이 쉽다.


이외에도 기존 한글처럼 통용되던 외래어를 아예 영어 이니셜로 바꾸거나 더욱 외래어스러운 이름으로 바꾸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말 중에는 본래 한자나 영어단어에서 유래했으나 대체어를 찾지 못해 외래어를 그대로 우리말처럼 사용하는 것들이 있다. 이런 단어의 경우에도 회사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영어 이니셜로 변경하는 것이다.

지난 4월에는 중국엔진집단이 에스앤씨엔진그룹리미티드라는 사명으로 변경해 우리에게 한글처럼 친숙한 집단이라는 한자어를 그룹이라는 영어단어로 대체했다. 지난 7월 상장폐지된 디에이치패션은 앞서 대한종합상사에서 ‘대한’을 영어 이니셜인 ‘DH’로 바꿔 디에이치패션으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올 들어 미스터피자는 친숙한 외식 브랜드명 대신 MPK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안철수연구소 역시 연구소를 뜻하는 영어단어인 랩(LAB)을 넣어 안랩으로 상장사명을 바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용어 중에도 부연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외래어들이 많은데 상장사명까지 외래어화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기업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명으로 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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