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올 11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최모(32)씨는 남들 다 하는 스튜디오 리허설 촬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똑같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찍는 것이 의미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최씨는 "리허설 촬영은 그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려는 의도로 시작된 '옵션 상품'이었지만 최근에는 무조건 해야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면서 "결혼식 당일날 스냅 촬영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비 신혼부부들의 필수코스였던 결혼식 스튜디오 촬영이 사라지고 있다. 그 동안 웨딩업체 사이에 '스드메(스튜디오촬영ㆍ드레스 대여ㆍ메이크업 준비를 일컫는 말)'라는 패키지 상품이 생겼을 정도로 대세였지만 틀에 박힌 웨딩 문화에서 탈피하고 가격 거품을 조금이라도 빼자는 식으로 웨딩트렌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결혼정보업체 듀오웨딩에서는 본식 스냅 촬영하는 비율이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20~30% 증가했던 것에 반해 올해는 70~80% 증가했다.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 중 10커플 중 2~3커플은 스튜디오 촬영을 하지 않았다. 100만원을 훌쩍 넘는 스튜디오 촬영보다 결혼식 당일날 스냅 촬영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듀오웨딩 관계자는 "요즘에는 반드시 결혼 전날 리허설 스튜디오 촬영을 고집하지 않는다"며 "스튜디오 촬영 대신 스냅만 찍는 경우도 있고, 결혼식 당일 아침 스튜디오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촬영을 하더라도 결혼식 당일 하는 이유는 번거로움과 비용 때문이다. 리허설 스튜디오 촬영은 대게 예식 한달 전에 미리 찍는데, 이를 위해 결혼식 당일 드레스 외에도 촬영 드레스 3벌 대여값 및 메이크업비용을 별도로 내야한다.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당연. 300만원대인 '스드메' 패키지에서 스튜디오 촬영을 빼면 200만원으로 낮아지고 스튜디오 촬영을 하더라도 결혼식 당일날 한꺼번에 한다면 35%가량 저렴해진다.
덕분에 본식 스냅 전문업체들은 함박웃음이다. 스튜디오업체 언아더데이의 관계자는 "문의하는 예비 부부들을 보면 작년에는 20% 정도가 스튜디오 촬영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올해는 10명 중 4명인 40%가량이 스튜디오 촬영 대신 결혼식 당일에만 촬영한다고 한다"며 "덕분에 매출도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붕어빵 찍어내듯이 남들과 똑같이 찍는 게 싫다는 이들 중심으로 셀프 촬영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요즘에는 아마추어들도 사진을 전문가 수준으로 찍기 때문에 친한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 전 커플 사진을 찍는 이들도 많아 앨범하나 건지려고 굳이 비싼 돈 들이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