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시아블로그]쉬운투자설명서 어디 없소

시계아이콘01분 14초 소요

[아시아블로그]쉬운투자설명서 어디 없소
AD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인플레이션이라는 건 돈에 물을 타는 것과 같습니다. 물을 많이 타면 탈수록 양은 늘어나지만 그만큼 묽어지고,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1983년 10월 9일 당시 북한이 벌인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탄테러에서 순직한 고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은 생전 “인플레이션이 뭐냐?”는 노모의 질문에 이렇게 설명을 했다고 합니다.

공부 깨나 한 사람이 이론이나 지식을 설명할 때, 대부분은 원래 그래서든지 일부러든지 복잡한 용어와 전문가들이나 알 수 있는 용어를 써서 자신의 유식함을 자랑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전문가는 고 김 수석처럼 누구라도 쉽고 이해가도록 지식을 전달하는 ‘잘 말하는 사람’입니다. 경제 분야에도 이런 전문가들이 많았으면 하는데, 현장에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증권업계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들이 발표하는 보고서나 자료를 보면 도대체 이게 한글 문장인지 영어 문장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도 눈에 쉽게 안들어오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과연 100% 이해할 수 있을까요.

금융감독원이 ‘쉬운 펀드 투자설명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8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투자자가 누구인지 고려하라’, ‘쉬운 용어로 설명하라’, ‘읽기 쉽게 작성하라’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외국어 대신 한글로 쓰고, 문장도 쉽게 다듬고, 편집도 눈에 확들어오게 기술의 묘를 발휘하라는 것입니다.


‘사장에게 올리는 보고서처럼 성의를 다하라’는 문항이 특히 눈에 띕니다. “사장에게는 없는 정성까지 들여 쉽게, 정확하게 만든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회사를 먹여 살리는 고객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무성의한 보고서만 만든다”는 것이죠.


국내에는 62개의 증권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업계 최고 수익률 홍보는 기본이요, 거래수수료 인하, 맞춤형 자산관리 등 차별화라는 명분하에 갖가지 서비스를 내놓습니다. 그러면 뭐하겠습니까. 사전이 없으면 뜻도 알 수 없는 외국어로 나열된 증권사의 투자설명서는 첫 장부터 고객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데요. 얼마나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안 열었으면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까지 지정해줘서 따라오라고 할 정도가 됐을까요.


AD

한 언론사가 지난해 10월 한글창제 565돌을 맞아 삼성증권, 대우증권 등 11개 증권사 연구원 55명을 상대로 외국어 사용에 관한 견해를 물었더니 40명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업계 관행 때문에’ 한글 대신 외국어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한글을 사용하면 전문성이 부족해 보여서’라는 응답자도 3명이었다고 하네요.


최근 주식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줄면서 증권사가 비상경영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사장님에게 들이는 정성의 반만 고객에게 들였다면 아무리 경제상황이 악화됐다고 해도 고객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렇게 주식시장을 급격히 떠나는 일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