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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비키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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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재현 기자]여름 해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비키니를 입은 여인이다. 작렬하는 태양,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배경으로 금빛 모래밭 위를 늘씬한 몸매를 드러낸 채 거니는 여인의 모습. 그것은 자체만으로도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패션업체들은 대목을 맞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덩달아 다이어트 시장도 한층 뜨거워 지고 있다.


[데스크칼럼]비키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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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찾아보면 비키니는 ‘상하가 분리되어 브래지어와 팬티로 이루어진 수영복’이라고 정의 돼 있다. 상하가 분리된 형태의 옷은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됐었다. 다만 용도가 운동복이었을 뿐이다. 당시에 수영은 평상복을 입고 했다. 그런데 여성이면 누구나 한 번 쯤 입어보고 싶어하는 비키니가 무시무시한 핵무기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늘은 1946년 비키니 수영복이 파리의 한 수영복 패션쇼를 통해 처음 세상에 등장한 날이기도 하다.

1945년 10월, 미국 해군은 ‘교차로 작전’에 은밀하게 착수한다. 2차 대전 중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위력을 보고 놀라서 실제로 해군함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려 한 것이다. 엄청난 위력의 무기 출현으로 해군의 위상이 위태로워 질 것을 우려했다. 미 해군은 그 실험장소를 태평양의 마샬군도에 있는 산호초 섬인 비키니로 정했다.


이듬해인 1946년 7월 1일과 7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실시한다. 당초 세 번 하려다 방사능 오염 때문에 두 번만 했다. 결국 비키니 섬에 투하된 핵무기는 히로시마에 투하되기 전인 1945년 7월 16일 미국 본토 뉴멕시코에서 이뤄진 첫번째와 같은 해 8월 6일과 9일에 각각 투하된 히로시마와 나사사키에 이은 인류 역사상 네 번째와 다섯 번째의 원자탄 이었던 셈이다. 미군의 실험 계획은 실시 직전에 일반인들에게 공개됐고 당연히 엄청난 주목과 논란을 빚었다. 비키니 섬에서 핵실험이 있었던 것과 비키니 수영복은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미 해군의 핵실험이 발표된 같은 해에 프랑스에서는 두 명의 디자이너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수영복을 잇달아 내놓는다. 한 사람은 자크 하임으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수영복’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마케팅에 나선다. 꼭 필요한 부분만 가렸다는 도발적인 콘셉트였다.


이어 또 다른 디자이너 루이 레아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수영복보다 더 작은 수영복’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시작했다. 루이 레아는 비난을 걱정해 옷을 입겠다는 모델이 없자 결국 카지노의 누드 댄서를 모델로 고용했다고 한다. 거의 알몸을 드러내야 했으니 모델을 구할 수 없었던 것도 이해가 간다. 이 때까지 수영복은 유행에 앞서가는 파리에서조차 원피스 형태였고 투피스 수영복이라 하더라도 길이가 길었다. 그러니 두 사람의 수영복은 당시에는 충격적이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로부터 점잔치 못한 옷으로 비난도 받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파격적인 스타일의 수영복을 입은 그 모델은 남성들로부터 수많은 팬레터를 받았다고 하니 당시나 지금이나 이중적인 속성은 같은가 보다.


이후 루이 레아의 수영복은 일반인들 사이에 비키니 수영복으로 불렸고 상표등록도 됐다. 여기에는 자신이 디자인 한 옷을 비키니 섬의 원폭실험 같은 충격으로 비치고 싶은 디자이너의 의도도 다분히 작용했을 것이다.


열강들이 세계 곳곳에서 식민지 건설에 나서면서 수많은 원주민들이 총칼에 의해, 혹은 이방인이 가져온 질병에 의해 죽어간 슬픈 역사를 태평양의 작은 섬 비키니는 상징하고 있다. 스페인, 독일, 일본 그리고 미국에 의해 차례로 점령당했다. 게다가 2년만 지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미군의 약속을 믿었으나 고향을 잃고만 원주민들의 아픔도 간직하고 있다.


올 여름 비키니를 입으면서 한 번쯤은 비키니 섬의 아픔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백재현 기자 itbri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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