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대만에 닷새째 폭우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만과 우리나라는 석유화학, IT 분야에서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다. 과거 대만의 불행은 우리 기업들에게 기쁨이 되곤 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만 폭우 여파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태국 전역은 5일째 내리는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고 3000여명이 대피하는 등 큰 소동을 겪고 있다. 대만은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다. 지난 10일에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규모 6.5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고 2009년에는 태풍 '모라꼿'으로 700여명이 희생됐다. 지난 2006년에는 6.7의 강진으로 44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빈번한 자연재해는 대만에게 큰 골칫거리다. 중국에 대한 군사공격보다 자연재해 구조에 중점을 둔 모의군사훈련까지 펼칠 정도다. 유감이긴 하지만 대만의 불행은 우리에게 기쁨이다. 대만과 석유화학, 반도체 등 IT분야에서 경쟁 관계인만큼 대만 기업들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 대체 수요가 국내 기업들에 넘어오기 때문이다.
이번 대만 폭우로 연매출 100조원 이상의 석유화학기업 '포모사' 설비가동 중단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국내 석유화학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7월말 포모사에 화재가 발생한 직후 SK이노베이션, S-Oil, 호남석유 등은 주가가 3~6%대 올랐다. 대만에 지진이 발생한 지난 10일에도 정유주는 코스피 상승에 더해 반사이익 기대감에 6~7% 급등했다.
오승규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만 폭우로 포모사가 타격을 입을 경우 석유화학제품 수급이 타이트해져 호남석유, LG화학을 비롯한 관련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방향 없는 변동성 장세 속 중국 금리인하 효과도 크게 반영되고 있어 하반기 국내 석유화학업체 실적 모멘텀을 기대해 봐도 좋다"고 말했다.
반면 대만과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는 또 다른 산업, IT가 타격을 입으면 국내에는 동반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올해 반도체 장비 최대 투자국 1,2위를 다툰다. 신현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대만이 반도체를 하고 있지만 이미 하이닉스나 삼성전자를 따라오기는 늦어 큰 수혜가 없다"며 "다만 PC 마더보드(회로기판) 제조회사들이 타격을 받아 PC공급이 줄어들 경우 우리 기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만 폭우 피해로 국내 IT와 석유화학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충격 정도를 확인하고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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