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커피 왕국 스타벅스는 이제 단순히 차를 마시러 들리는 곳이 아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무료로 제공되는 인터넷을 통해 트위터 페이스북을 할 수 있고 신문과 영화를 무료로 읽거나 볼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경험의 장소로 변화했다.
이같은 스타벅스의 변화를 주도 하고 있는 장본인이 아담 브로트맨 최고 디지털 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다.
그는 지금 세계 최대 커피 체인에서 커피가 아닌 디지털 세상을 꿈꾼다. 스타벅스 앱을 개발하고 스타벅스 매장내 미디어 서비스 기획과 소셜미디어 전자상거래 등이 그의 손에서 시작됐다.
브로트맨의 합류 이후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매장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고 있다. 커피가 사라지더라도 스타벅스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임무인 셈이다. 덕분에 이제 스타벅스는 디지털시대의 변화에 합류하려는 다른 기업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가 2009년 스타벅스에 합류한 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다. 미국 내 6800여개 매장에서 스타벅스 독자적인 무선인터넷 와이파이(Wi-Fi)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스타벅스 디지털 네트워크(SDN) 서비스를 선보이며 다른 기업에 비해 한 발 앞서가는 디지털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5월 전세계에서 동시발매된 레이디 가가의 앨범과 뮤직비디오 등 관련 동영상을 SDN을 통해 미국내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했다. 아울러 소셜미디어와 연계해 다양한 마케팅 기회로 활용했다. 3200만명이나 되는 레이디 가가의 페이스북 친구와 1000만명의 트위터 팔로어는 좋은 마케팅 대상이 됐다. 가가를 보기 위해 그의 팬들이 스타벅스로 몰렸다.
요즘 미국 스타벅스에서는 커피를 사는데 과거 보다 시간이 덜 걸리는 것도 그가 주도한 변화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페이스북 앱을 실행한 후 바코드 스캐너를 대면 원하는 커피를 주문과 결제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지난 3월까지 서비스 도입 1년동안 미국에서만 4200만건의 모바일 결제가 앱을 통해 이뤄졌다. 그는 근접통신기술(NFC)나 비자나 마스터카드가 제공하는 최신 결제 기술 없이도 이같은 일을 가능하도록 했다.
그가 생각하는 스타벅스의 디지털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고객과의 디지털 접촉 포인트를 더욱 늘리고 확대하는 일이다"라고 단언한다. 현실세계에서 지난 40년간 이뤄져온 관계가 디지털 시대에도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고객의 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고 모바일 시대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브로트맨은 지난 2009년 디지털벤처스 부분 부사장으로 스타벅스에 합류했다. 본인이 "스타벅스는 내가 처음 일해본 다국적 거대기업이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IT업계의 유명 인사가 아니었다.
브로트맨은 대기업에서 창의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데 흥미를 느끼고 벤처기업 생활을 접고 스타벅스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의 바람대로 역할을 해냈다. 그가 미국의 유력 경영잡지인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2012년 가장 창조적인 사업가 100인' 중 3위에 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브로트맨은 1995년 워싱턴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96년 1000만달러의 자본금을 투자받아 엔터테인먼트 기업 플레이 네트웍스 창업에 나섰다. 스타벅스 합류 직전까지는 씨애틀에 위치한 베어풋 요가의 최고영영자(CEO)로 일했다. 올해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최고디지털책임자로 승진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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