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스마트폰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 실적을 봐라."
최근 두달여 동안 나온 LG전자에 대한 국내 증권사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올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1분기 실적도 기대 이상으로 나왔는데 정작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가 발목을 잡았던 스마트폰조차 반격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매수' 의견을 합창한 증권사들은 두달 가까이 머쓱해진 상태다.
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에 대해 분석보고서를 발행하는 국내 23개 증권사 중 21개사가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다. 평균 목표가는 11만4000원이다. 전날 종가 6만6100원 대비 상승여력이 72%를 넘는다. 평균이 이 정도고, 하나대투증권 같은 경우는 "실적을 보라"며 목표가를 14만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배 이상 오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1분기 LG전자는 영업이익 448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8배 이상이나 증가했다. 순이익도 2425억원을 기록, 4328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더 좋아질 것이란 게 증권가의 다수 전망이다.
목표가 12만원을 제시한 키움증권은 스마트폰 우려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후발주자 중 잠재적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스마트폰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고화질 디스플레이 및 플레서블 아몰레드(Flexible AMOLED) 등의 하드웨어 경쟁력과 LTE 등 차세대 통신기술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대 이상의 실적과 증권가의 '매수' 합창에도 LG전자는 지난 3월 중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3월15일 장중 9만43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두달 반 동안 30% 가까이 밀렸다.
이같은 하락세는 수급의 열쇠를 쥔 국내 기관과 외국인이 앞다투어 팔았기 때문이다. 3월16일부터 5월31일까지 국내 기관은 499만주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도 184만주 이상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공매도도 주가 발목을 잡는데 한몫 했다. 4월 한달간 LG전자는 공매도 금액 1위였고, 5월에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격도 싸고, 실적도 좋아진다는데 큰 손들이 LG전자를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으로는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꼽힌다.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 상승과 사업자내 의미있는 입지회복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국내외 기관들의 생각이다.
조성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고정비를 줄여 창출되는 영업이익률 개선은 단기적이며 표면적인 지표에 불과할 수 있다"며 "고급 스마트폰 시장도 성장 둔화를 보이고 있고, 4분기 아이폰5가 본격 출시된다면 사실상 단기적인 지표개선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TV를 비롯한 다른 부분의 실적회복과 단기 낙폭과대로 인한 PBR 0.8배 수준의 주가는 매력적인 요소라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 외국인의 수급도 개선추세를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최근 10일간 외국인은 58만여주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국내 기관이 94만주 이상을 순매도, 여전히 주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전필수 기자 philsu@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