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며 갈등하는 사이 한의사들은 실속 챙기기에 나서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30일 한의약 만성질환 건강관리제도 추진 회의를 열어 한의원의 고혈압ㆍ당뇨병 치료 지침(프로토콜) 심사에 착수했다. 최문석 한의사협회 부회장은 "환자 진료의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통일된 방안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내년 1월부터 만성질환제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성질환관리제란 고혈압ㆍ당뇨환자가 동네의원 1곳을 지정해 치료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을 30%에서 20%로 깎아주는 제도다. 지난 4월 1일 시작됐다. 만성질환자들이 동네의원을 더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참여를 거부했다. 의사협회는 최근 포괄수가제 시행에도 반대하며 복지부와 대립하고 있다. 의사들의 비협조로 정책이 덜커덩 거리는 틈을 타 한의사들이 명함을 내민 꼴이다.
곽숙영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모든 한의원이 따를 수 있는 통일된 지침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한의사협회는 "한의원에 만성질환관리제가 시행되면 진료뿐 아니라 한약까지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앞서가는 모습이다.
이와 더불어 한의계는 천연물신약의 처방권 확보와 한약제제 급여확대 등 현안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천연물신약은 한약 조제법을 규격화 한 것인데, 정식 '의약품'으로 등록된 후에는 통상 양의사가 처방해왔다.
한의사협회는 한약 성분을 한의사가 처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 해석 상 논란의 여지는 있다. 협회 측은 천연물신약 처방은 물론, 건강보험도 적용해야 한다며 복지부를 압박하고 있다.
협회는 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한약제 68종류를 더 늘여달라는 요구도 복지부에 전달했다. 이는 한약 처방권이 있는 약사들의 이익과 얽혀 있어 직역간 갈등이 예상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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