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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비 맞고도 저보다 머리카락은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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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 서울시 독서모임 '서로(書路)함께'.."책에서 행정의 답을 구하다"

박원순 시장 "비 맞고도 저보다 머리카락은 많으십니다" 서울시 독서모임인 '서로(書路)함께' 의 모습. 지난 16일 오전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3번째 모임이 열려 박원순 서울시장과 '빗물과 당신'의 저자 한무영 교수를 중심으로 시 직원들이 빙 둘러 앉아 '빗물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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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24평 집무실은 온통 책과 서류들로 가득 차 있다. 대학교수 연구실 같은 모습이다. 장서량도 대단하다. 집무실로 들어가는 왼편으로는 서울시민들이 보낸 노란색 '희망쪽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박 시장은 익히 메모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적는 습관이 있다. 200여건 이상의 메모수첩과 노트, 보고서들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항상 메모할 도구를 지니고 있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수첩에는 각종 의견과 생각, 메모들로 가득하다. 몸에 배어있는 듯하다. 메모광과 여행, 책읽기, 변호사와 시민단체 활동가에서 이제는 행정가에 이르기까지. 박원순 시장이 쓴 책 만해도 현재까지 40권이 넘는다. 그의 꼼꼼하고 부지런한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런 그가 서울시장이 되자마자 직원들과 함께 독서토론 모임을 열었다. 모임 이름은 '서로(書路)함께'다. 박 시장은 "조선왕들은 아침과 저녁마다 경연을 진행하며, 책을 읽고 토론했다"며 "공무원들과 책을 읽으면서 시정의 현안과 미래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이렇게 매달 한 번씩 진행한다"고 모임 성격을 설명했다.


박 시장과 서울시 공무원들이 책을 통해 서울시의 정책방향이나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주로 사회자로 나서며,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책의 저자도 초청한다.

'서로함께'는 매달 셋째 주 수요일 아침에 열린다. 그동안 '도시개발', '협동조합'을 주제로 두 차례 열렸다. 모두 시정과 관련된 주제들이다.


세번째 모임은 지난 16일 서울시청 13층 간담회장에서 '지구를 살리는 빗물'을 가지고 '빗물활용을 통한 에너지 절약'에 대해 토론이 이뤄졌다. 빗물은 박 시장의 관심사중의 하나다. 최근 집중호우로 도심 한복판이 범람하고, 산사태로 이재민이 속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빗물 관리는 하수관을 통해 빨리 흘러보내는 데 중점을 뒀다. 때문에 홍수와 환경오염의 원인이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심이 이번 토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박 시장은 지난 2월 초 치수, 홍수 대비를 위해 일본을 순방하며 빗물저장시설과 대심도 살펴보기도 했다. 더욱이 빗물활용은 박 시장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 왔던 '원전하나 줄이기' 에너지절약정책과도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박 시장은 우선 서울 마곡지구에 시범적으로 순환형 빗물관리시스템을 적용하려는 꿈을 갖고 있다.


토론에는 물관리정책 관련 담당자 뿐 아니라 행정1,2,정무부시장, 기획조정실장, 정무수석, 주택정책실장, 도시교통본부장, 공원녹지국장 등 간부급 공무원들과 23년 소방관으로 일해 온 김춘종씨,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근무하는 서은경씨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토론에 앞서 박 시장은 MBC가 지난 2007년 7월 방영한 장맛비가 주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방송과 베트남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빗물저장시설을 만들어주는 영상을 시청했다. 방송에서는 서울시 광진구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3000여톤 빗물저장 물탱크 시설을 설치해 단지 내 골프장이나 잔디, 폭포수, 공용화장실 용수 등에 쓰일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시청을 마치고는 박 시장은 "비는 돈이라니 잠이 확 깬다"며 "서울시 채무를 줄여야 해 요새 돈독이 올라있는데 너무 재밌는 영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영상 시청 후 곧바로 책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권기옥 물관리정책관이 한무영 교수의 '빗물과 당신'을 발제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수돗물 값이 외국에 비해 낮으며, 광화문 침수발생도 상류지역에 큰 연못이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하수도관 개량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며, 선조들이 경복궁 내 연못을 설치한 것과 같이 청와대 인근에 연못을 만든다면 광화문 물난리는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권 정책관은 도시별로 따져볼 때 수돗물 1톤당 가격은 서울이 502원, 런던 2300원, 동경 1577원, 뉴욕 1782원, 독일 2911원 등으로 서울 수돗물 가격이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한무영 교수의 책을 읽으면 빗물은 햇빛만 차단하면 오랫동안 보관해도 썩지 않는다. 산성비 위험이 과장된 측면에 있다는 걸 실증적으로 알려준다. 오히려 깨끗한 빗물은 약산성으로 콘크리트에 떨어지면 알칼리나 중성으로 변한다. 빗물은 먹는 물 수질 기준에도 적합하다. 산성비 인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요금인상도 현실화하면서 가정이나 업무용 빗물이용을 독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권 정책관의 발제 일부다.


이어 저자인 한무영 교수가 서울시의 빗물활용 정책과 관련한 여러 방안들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큰 시설을 만들기보단 가정의 빗물을 담을 홈통, 도로 중앙분리대를 오목하게 설계하는 것 등 작은 실천들이 모여져 큰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면서 "광진구 스타시티 건물에는 3000톤짜리 빗물탱크가 만들어져 있는데, 이를 태풍올 때 미리 비워두고 빗물을 저장하고 필요시 재해방지 등 비상용으로 활용하면 다목적으로 요긴하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 "비 맞고도 저보다 머리카락은 많으십니다"


토론 중 "가끔씩 비를 맞고 다닌다"는 한 교수의 말에 박 시장은 "비를 맞아도 저보다 머리카락은 많으십니다"라며 농담을 던져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했다. 박 시장은 말을 아끼며 직원들이 많이 발언토록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시 소방관 김춘종씨는 "산성비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꾸는 것만큼 큰 충격이었다"면서 "외국에 나갈 기회들이 있었는데 중국의 항산에 가면 산 곳곳에 물웅덩이 저수지를 만들어 놓고, 호텔에서는 그것을 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경험담을 곁들여 토론참여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근무하는 서은경씨는 "이번 책모임을 계기로 산성비 인식을 확 깨뜨릴 수 있었다"면서 "우선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 빗물과 친근해질 수 있는 캠페인을 하는 게 필요할 것이며 현재 있는 빗물저장시설도 유지관리가 64% 밖에 안되고 있는데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박 시장은 "관련 과도 아니지만 관심을 많이 보여주고 참여해 줘 고맙다"면서 "당장 물관리 정책과로 발령을 내야겠다"며 청중들에게 웃음을 자아냈다.


서울시 빗물관리 담당부서는 물관리국이다. 지난 2007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만들어진 부서다. 현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국장으로 처음 일한 곳이다. 문 부시장은 "모든 빗물을 모든 방법을 동원해 모든 장소에서 모든 사람이 모으자는 큰 틀의 빗물모으기 정책(For All Four All) 가동한 바 있는데 1년 후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면서 지속시키지 못했지만 앞으로 빗물 활용에 대한 실천을 제대로 고민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시의 빗물활용 정책은 에너지 절감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민간빗물저류시설 설치 비용의 90%를 시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빗물은 강물로 흘러보내는 데 급급하다. 서울시는 빗물활용 등 치수대책에 고심이 많다. 토론을 끝낸 박시장과 직원들은 어디서부터 정책이 시작돼야하는지 함께 모색해 본 자리였다며 흡족한 표정였다.

박원순 시장 "비 맞고도 저보다 머리카락은 많으십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최근 직원 가족들과의 만남을 갖고 집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원순 시장.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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