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신인왕을 향한 항해는 이제 막 시작이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한현희(넥센)가 두 번째 닻을 올렸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18일 목동 삼성전에 앞서 한현희를 1군으로 불러들였다. 선수단 합류는 16일만이다. 지난 2일 목동 롯데전을 앞두고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그간 2군에서 재기의 칼날을 가다듬었다. 김 감독은 극약처방을 통해 두 가지 효과를 기대했다. 구위 상승과 자신감 회복이다. 당시 그는 “(한)현희가 프로의 벽이 높다는 걸 실감하는 것 같다. 구위도 많이 떨어졌지만 정신적으로 기가 많이 죽었다”며 “2군 선수들을 상대하다 보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편으로는 의기소침을 우려했다. 혹여 장기적인 침체에 빠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고민은 16일 뒤 기우로 밝혀졌다. 한현희는 기대 이상으로 굳세고 씩씩했다. 퓨처스리그에서 거듭 호투를 과시하며 김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막 강등됐을 때만 해도 투구는 불안했다. 3일 SK 2군전에서 안타 3개를 맞으며 1이닝 1실점했고 4일 한화 2군전에 안타 5개를 허용하며 1이닝 4실점했다. 이틀 뒤 흐름은 180도 바뀌었다. 6일 한화 2군전(1이닝), 10일 KIA 2군전(4이닝), 16일 삼성 2군전(3이닝) 등 세 차례 등판에서 매번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총 8이닝동안 잡아낸 삼진은 무려 10개. 볼넷 없이 몸에 맞는 공 1개, 피안타 4개만을 내주며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성적표를 받아든 김 감독이 흡족함을 보인 건 당연했다. 불펜의 이정훈이 갑작스레 등 근육 통증을 호소하자 바로 공백을 한현희에게 맡겼다. 김 감독은 “잘 던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최근 2군 성적이 좋아 올리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16일간의 고행(?)은 얼마나 효험을 발휘할까. 한현희는 가장 큰 소득을 묻는 질문에 “자신감이 회복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4월 7일 잠실 두산전에서 가진 프로 첫 등판에서 김동주, 최준석을 상대로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후 투구 밸런스는 흐트러졌고 2군으로 강등되기 전까지 승리 없이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0.80을 기록했다. 자가 진단한 부진의 원인은 자신감 상실. 한현희는 “마운드에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내 공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다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컨디션이 모두 좋아졌다. 구위도 훨씬 나아졌고. 데뷔전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선발 등판한 김병현의 투구도 자극제가 됐다. 한현희와 같이 언더핸드인 그는 이날 칠 테면 쳐보라는 생각으로 직구를 던져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더그아웃에서 역투를 지켜본 한현희는 “시속 150km 가까이 나오는 직구 스피드가 놀라웠다”며 “‘나도 저렇게 자신 있게 던져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보름여 만에 다시 얻은 기회. 한현희는 데뷔전에서의 호투를 재현할 수 있을까. 올 시즌 목표인 신인왕을 둘러싼 경쟁은 아직 가열조차 되지 않았다. 성숙이 곁들여진 두 번째 닻은 충분히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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