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커지며 주요 고객사 변화
제조업체 지고 유통업체 비중 증가
‘애플 딜레마’는 더욱 깊어져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데스크탑과 노트북 등 개인용컴퓨터(PC)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명단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4분기 삼성전자의 5대 주요 고객사중 처음으로 PC업체가 탈락하고 완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유통·서비스 기업이 3개사나 이름을 올린 것이다.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2년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한 5대 주요 고객사 명단에 PC제조·판매업체인 휴렛팩커드(HP)와 델(DELL)이 처음으로 빠졌다. 글로벌 PC시장의 공룡인 두 회사는 삼성전자로부터 메모리반도체와 LCD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핵심고객사 매출 비중을 공개한 2010년 1분기 당시 델의 매출 비중은 2.5%, HP는 2.2%였다. 하지만 1년 만인 2011년 1분기에는 HP 1.9%, 델은 1.7%로 줄었고, 다시 1년이 지난 2012년 1분기에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애플 비중 확대, 얼마나되나?= 반면 애플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회사명의 나열 순서로 고객사 매출 비중 순위를 파악할 수 있는데, 애플은 지난 1분기에도 가장 앞에 거론됐다.
2010년 1분기 최고 고객은 합작사인 S-LCD를 함께 운영하던 소니(매출 비중 3.7%)였으며 애플은 2.6%로 2위였다. 하지만 애플의 비중은 급격히 늘어 2011년 1분기 5.8%에 오르며 소니(4.0%)를 제치고 1위 고객사로 등극했다.
삼성전자는 정책 변경을 이유로 2011년 반기 보고서부터 개별 고객사의 매출 비중을 밝히지 않고 있어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회사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6% 이상은 될 것이라는 것이다. 2012년 1분기 5대 고객사가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약 13%라는 점을 놓고 볼 때 결코 만만찮다.
◆이통사, 주요고객 등극= 델과 HP가 빠진 자리에 이동통신서비스업체인 도이치텔레콤과 스프린트넥스텔이 올라선 점도 주목해 볼만하다. 또한 2011년 1분기 1.9%의 비중으로 4위에 이름을 올린 대형 유통업체 베스트바이가 2012년 1분기 3위에 올랐다. 휴대전화와 TV 등 완제품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제조업 유통?서비스 업체를 통한 매출이 급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애플이 메모리반도체 공급선을 엘피다로 전환한다는 소문이 터지자 삼성전자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증시 및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이 구매선을 전환하더라도 삼성전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고객사의 변화 추이를 놓고 본다면 보다 유심히 관찰해 볼만한 소지가 있다.
◆제조업 고객 비중 감소, 고민? 기회?= PC 시장이 IT시장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던 시절 전 세계에 걸쳐 파트너십을 맺은 삼성전자의 수많은 고객사중 확실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핵심 고객은 대규모 생산시설에서 만든 반도체 LCD 등의 부품을 사가는 소수의 IT제조업체였다.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이자 장기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생산시설을 운용하는 데에도 적격이었다.
또한 PC시장에서는 델과 HP를 비롯해 수많은 대형 제조업체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한 회사가 거래를 중단해도 다른 업체와 계약해 이를 메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자 구도가 된 이 시장에서 애플이 삼성전자와 거래량을 줄인다면 그만큼의 물량을 구매해 줄 다른 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소니, 델, HP 등이 실적 하락 또한 삼성전자로서는 반가울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들 업체가 몰락한다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판로가 줄어들어 삼성전자 스스로 그만큼의 물량을 완제품 생산 및 판매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이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 매출액 45조2705억원중 TV와 휴대전화 사업이 속한 DMC 부문 매출액은 33조8967억원으로 75.7%의 비중을 차지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완제품 매출 비중을 어느 선까지 끌어올릴지 여부가 향후 삼성전자의 실적 및 주가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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