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인턴은 엄격한 규율에 따라 회사에서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 휴가나 병가는 달콤한 꿈이다. 성희롱이나 부당 대우에도 적절한 보상 대책조차 없다. 근무는 대개 12시간 교대제다. 그러나 실제 오전 6시에 시작해 자정을 넘기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디즈니랜드의 이면이다. 그러면서도 디즈니랜드는 '꿈의 왕국'으로 불린다. 디즈니랜드는 인턴으로 가득차 있다. 디지니랜드의 인턴은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고도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다. 인턴을 마치고도 정규직이 되는 건 꿈도 못 꾼다.
문제는 이런 청년 노동력 착취가 단지 디즈니랜드에서만 벌어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로스 펄린의『청춘 착취자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정부기관, 대학, 심지어 비영리 단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착취의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인턴 자리조차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인턴 경험이 없으면 취직은 물론 서류 통과조차 어렵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고작 10퍼센트밖에 안 되는 정규직 전환비율에 희망을 걸고, 용돈 수준의 보수를 받고 일하고 있다.
저자는 기업들이 이른바 ‘경험이라는 보상’을 내세우면서 청년의 노동력을 갈취하는 불법 행위는 이제 산업 현장에서 아주 흔한 일이 돼버렸다고 지적한다. 결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변화와 결합된 이들의 불법 행위가 불합리한 인턴 노동에 더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의 노동력 착취를 통해 유지되는 인턴 제도는 과연 공정한가? 미래를 담보로 오늘의 착취를 정당화하는 인턴 제도는 과연 합리적인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만일 어느 하나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인턴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춘 착취자들』은 인턴 노동이라는 새로운 노동 형태에 대한 최초의 사회학적 분석서로서 인턴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생각하는 데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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