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식량부족시대, 한국은 과연 안전한가?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조그만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에 커다란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 2011년 세계경제에 나비효과가 나타났다.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 정책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민주화운동을 촉발시킨 것이다.
2010년 8월 러시아의 푸틴 총리는 곡물 생산량 급감을 이유로 밀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그해 하반기부터 국제 밀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이집트 등 중동지역 국가들은 전전긍긍했다. 그동안 밀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이집트는 밀 재고량이 곤두박질치면서 빵 가격이 급등했고, 경제난에 시달리던 민중들은 '빵을 달라'는 구호와 함께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식량 문제가 한 국가의 정치ㆍ사회체제를 바꾸는 하나의 계기가 된 셈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소한의 식량생산기반을 지키지 못할 경우 한국도 이집트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돈 안되는 농업에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식량은 돈주고 수입하면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함정인지 보여준다.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했던 보릿고개 시절에서 벗어난 한국은 현재 식량이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인 대부분은 다시 식량이 부족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먹을 것이 없어 진흙 쿠키를 만들어 먹는 아이티의 상황은 더 이상 피부로 와닿지 않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이 책은 이런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한국 농업의 생산 기반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으며, 낮은 자급률과 편중된 수입구조는 언제든 식량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우리나라는 식량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아 공급 리스크 발생 시 식량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금부터 '식량쇼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의 세계식량 시장에서는 식량쇼크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앞으로 식량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공급 여력은 부족해 장기적으로 식량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신흥국의 경제성장과 곡물의 바이오 연료 활용 확대 등은 이러한 부족현상을 더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또 기후변화, 가축전염병 발생, 식량 시장의 투기자본 개입 확대 등으로 국제식량 가격은 더 자주, 더 크게 변동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식량가격이 널뛰기할 때마다 식량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구제역 등 동물 전염병, 유전자 조작 농산물 생산 확대 등은 식량의 안전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저자는 미래의 식량시장이 ▲양적으로 불충분하고 ▲가격변동폭이 확대돼 불확실하며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아 불안전한 '3불(不)'시대가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첫걸음은 생각의 전환이다. 농업은 단순히 낮은 부가가치 상품만을 생산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핸드폰, 반도체, 자동차 등 잘나가는 제조품의 생산과 수출만이 한국 경제의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쌀, 호박, 고구마, 양파, 배추 등 우리는 시장과 마트에서 다양한 식량을 접한다. 시장을 가지 않더라도 매일 밥상에서 마주한다. 쌀밥 한 공기일 수도 있고, 밀로 만든 라면, 빵일 수도 있다. 이렇듯 식량은 우리 삶의 일부다. 때문에 식량 시장이 움직이는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다가오는 식량의 위기 시대에 대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