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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정향심|꽃잎에 누운 황홀한 裸身 그녀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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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철의 그림살롱 99회 | 한국화가 정향심…‘사랑의 완성’시리즈

한국화가 정향심|꽃잎에 누운 황홀한 裸身 그녀는 예뻤다 시대 공감, 94x122cm 한지채색,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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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을 수 있을까, 아지랑이 중심에 떨어지는 저 꽃향기를. 몸 바깥에서 움트는 격렬한 정적, 날아가는 환멸의 바람. 사랑, 그 풍파를 입술에 문채 나부끼는 한 송이 꽃!

산길모퉁이 찔레꽃밭엔 푸른 달빛이 하얀 꽃잎 위에 물보라처럼 일렁거렸다. 봄바람에 펄럭이는 치맛자락을 동여매며 바쁜 걸음을 재촉할 때 꽃잎들은 나비처럼 나풀거렸다. 쓰개치마를 쓴 여인의 살짝 풀어진 젖은 옷고름은 가쁜 호흡을 내뿜을 때 마다 젖가슴에선 달짝지근한 찔레꽃 향기가 진동했다.


밤안개처럼 뽀얀 손등으로 가쁜 호흡을 가린 여인이 겨우 진정을 하곤 "어느 누가 진실로 귀하게 여겼겠어요!"라며 흔들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모든 것을 압축한 이 말 한마디에 사내는 와락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밀애는 달콤쌉싸름하고 흠씬 젖어 번들거리는 축축한 육체위로 밤공기가 용서처럼 흘렀다. 내일 일을 누가 아는가. 둘은 말이 없고 다정한 눈웃음만 나누는데 야릇한 밤꽃 내음이 봄비처럼 밀려왔다.

한국화가 정향심|꽃잎에 누운 황홀한 裸身 그녀는 예뻤다 45x45cm, 2011


저고리와 도포와 속치마가 뒤엉켜 달빛에 하얗게 부서졌다. 여인은 검지를 입술에 가벼이 대며 ‘무엇부터 입어야 하는지 잊어 버렸네’ 라며 난감한 눈빛을 보냈다. 유혹은 짜릿하고 귀엣말은 황홀했다. 섬섬옥수(纖纖玉手) 움켜쥔 연지는 가없는 욕망처럼 그녀의 손을 다시 떠났다. “月沈沈夜三更 달은 침침하고 밤은 깊은데/兩人心事兩人知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만 아는 것.”<혜원 신윤복 그림 ‘월하정인(月下情人)’ 한시>


有에서 無로 가는 이 길을 누가 아름답다 하나
모든 걸 비워낸 숨 막히게 달콤했던 시간 뒤의 쓸쓸함. 상냥한 밤공기에 흰 꽃잎이 무심히 출렁이며 밤길을 재촉하는 물결 위에 허무히 떨어졌다. 그때 화려한 날개의 한 마리 공작새 되어 너울너울 만리장천(萬里長天) 하늘을 날아가는 꿈을 꾸었다. 밤하늘엔 은빛 별무리가 강물처럼 흘렀다. 맨몸을 비추는 별들. 창백한 등을 가릴 수 없어 눈을 감았다. 아아, 차라리 사랑은 가혹하여라. 한걸음 뒤돌아 바라보니 달빛에 우두커니 서 있는 가냘픈 청춘의 그림자. 같은 하늘아래 함께 숨 쉬던 거리에서 그는 나그네, 나만 홀로 남았네.


한국화가 정향심|꽃잎에 누운 황홀한 裸身 그녀는 예뻤다 46x37.5cm, 2012


처마 끝 낙숫물이 반가운 소식인양 통통 떨어진다. ‘다정하면 뭘 하나. 울리고 가는 정인 것을. 눈물을 닦고 이젠 나를 봐야지….’ 물끄러미 이는 거품을 바라보던 여인의 나직한 탄식이 진달래꽃술잔에 아롱거린다. 전부를 걸었던 갈구(渴求), 파도처럼 부서지는 절규의 노래에 붉은 노을이 우네. 누가 이 무(無)로 가는 길을, 아름답다고 하는가!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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