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유례없는 접전 양상을 보였던 4ㆍ11 총선에서 그만큼 아쉬운 패배도 많았다. 초박빙 승부 가운데 불과 몇 백 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후보도 있다. 경기 고양덕양갑에 출마한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는 심상정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170표차로 패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아깝게 진 후보로 등극했다. 심 후보 입장에선 그야말로 신승을 거둔 셈이다. 백원우 민주통합당 후보도 경기 시흥갑에서 함진규 후보에게 233표 뒤져 낙선의 쓴잔을 마셨다. 송두영 민주통합당 후보(경기 고양덕양을), 양형일 무소속 후보(광주 동구), 김동성 새누리당 후보(서울 성동을) 등도 500표 미만의 차이로 패했다.
친박의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텃밭 한가운데인 광주 서구을에 과감히 도전장을 냈지만 이변은 없었다. 농림부 장관을 역임한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도 전북 전주완산을에 출마했지만 지역주의의 벽은 높았다. 김부겸 후보도 대구경북(TK) 지역의 한복판인 대구 수성을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들은 비록 패배했지만 적진에서 35~40%의 득표율을 얻으며 지역구도를 깰 가능성을 보여줬다.
새누리당의 근본적인 쇄신을 요구하며 탈당한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김성식 후보(서울 관악갑)와 정태근 후보(서울 성북갑)도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당 지도부는 이들의 능력과 헌신을 인정해 복당을 요구하며 공천을 하지 않았지만 '정권심판론'을 극복하지 못해 야당에 패했다. 무소속의 한계를 절감한 한판 승부였다.
여권의 대권주자가 버티고 있는 지역구에 당차게 도전장을 내밀어 턱밑까지 추격했던 후보들도 있다.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버티고 있는 서울 은평을에 도전장을 내밀어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1.1%P 차이로 석패했다. 이계안 민주통합당 후보도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 도전장을 내 '현대가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역전에 실패했다.
'지역구를 수성하라'는 특명을 받고 전략공천을 받은 거물들도 줄줄이 낙선했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상대로 나섰던 6선의 홍사덕 의원은 거물간 대결에서 패했다. 서울 동북부 라인을 지켜달라며 전략공천됐던 홍준표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을에서 민병두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패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이 밖에 서울 중구에서 4선을 노렸던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와 선거 막바지에 '과거 막말 논란'을 빚어 궁지에 몰렸던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서울 노원갑), 국민생각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출마해 보수의 계보를 잇겠다던 전여옥 후보 모두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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