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 증거인멸 지시, 위증 회유, 여권에 사찰자료 전달까지?...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도 소환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청와대 증거인멸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종선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소환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도 함께 부른 데 이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도 30일 소환통보해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벌수사팀(박윤해 부장검사)은 29일 오전 최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 중이다. 주미 대사관에 근무 중인 최 전 행정관은 이날 검찰 조사를 위해 전날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최 전 행정관은 참고인 신분으로 불려 왔지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도 있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나온 최 전 행정관은 취재진 앞에 굳게 입을 다문 채 곧장 조사실로 직행했다. 최 전 행정관을 동핸한 전영상 변호사는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며 "아는건 안다고, 모르는건 모른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 전 행정관을 상대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재판 과정에서 위증에 나설 것을 회유한 사실이 있는지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조사할 내용이 많은 만큼 이날 밤늦게까지 최 전 행정관을 조사한 뒤, 조사내용을 검토해 추가 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최 전 행정관을 수차례 더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증거인멸 개입 의혹을 폭로한 장 전 주무관이 검찰에 제출한 녹음파일엔 최 전 행정관이 청와대 개입 사실을 진술하지 않도록 회유하는 정황이 담겨있다. 공개된 대화내용에 따르며, 최 전 행정관은 "(장 주무관이 입을 열면)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감에서 증언했던 권태신 국무총리실장도 위증으로 걸릴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청와대 윗선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녹취록엔 최 전 행정관이 "캐시(현금)로 달라고 그러면 내가 그것부터 처리해줄게", "현대자동차 기획조정실잘, 지금 부사장인데 그 사람이 자네를 취업시켜 주기로 했어"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 장 전 주무관을 회유하는 정황도 함께 담겨 있다.
특히 장 전 주무관은 전날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의 비리 문서를 새누리당에 제보해 여론 흐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장 전 주무관은 "나중에 최 전 행정관은 김 전 대표가 공금횡령으로 기소되면 우리한테도 유리한 상황이 온다. (조전혁 의원에게)서류를 갖다줬다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 전 행정관이 불법사찰 당시 여권에 관련 자료를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등 불법사찰에 관여한 의혹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전 행정관에 앞서 27일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진 전 과장이 소환에 불응해 전날 진 전 과장의 자택 및 인척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진 전 과장에 대한 조사가 꼭 필요해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오전 11시께 검찰에 출석한 이 전 지원관은 불법사찰을 총괄한 혐의로 앞서 2심에서 징역10월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장 전 주무관에게 4000만원을 전달한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정책보좌관 등 주요 관계자들의 소환 시기를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은 스스로 증거인멸 지시의 몸통이라고 주장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30일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하라고 소환통보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을 상대로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경위 및 전달한 금품의 조성과정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통해 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며 "내가 몸통이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은 또 "장 전 주무관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선의 차원에서 건넸고 최근의 돌려받았다"며 2000만원 전달 의혹도 사실로 인정했다. 검찰은 23일 이 전 비서관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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