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유럽 재정위기 진화에 주력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이 이제는 출구 전략을 모색 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ECB가 당초 제시했던 유럽 채권 매입 계획을 축소하며 유로존 긴급 지원 체계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ECB는 유로존 위기가 정점일 때 세웠던 400억 유로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집행을 늦추고 있다. 오는 10월이며 프로그램이 종료되지만 현재 집행 규모는 90억 유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ECB가 그리스 사태 진정 이후 출구 전략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어왔다.
많은 자금을 풀은 만큼 물가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ECB는 작년 12월과 올해 2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유럽 은행들에 총 1조 유로가 넘는 자금을 1%의 저리로 장기 대출해줬다. 이로 인해 유럽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일단락 됐지만 물가상승률이 고개를 들을 것이라는 반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왔다.
이에 ECB가 그동안의 비상상황에서 벗어나 물가 관리에 주력하는 정상 상황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8일 "이제는 역내 정부와 특히 은행이 행동할 때"라고 말해 '출구 전략'으로의 선회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도 22일 유로존에 위험 요소가 남아있으나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밝히며 ECB의 지향점의 변화를 또다시 시사했다.
드라기 총재는 독일 신문 빌트와의 회견에서 유로존 중앙은행들이 ECB의 긴급 유동성 공급에 따른 통화관리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에 동의했다.
미국측의 반응도 비슷하다. 전날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미국 하원 감독·정부개혁 위원회 청문회에서 유로존 위기가 최근 진정됐다고 평가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유럽의 금융 긴장이 지난 몇 달 사이 완화됐다"면서 "이것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 금융시장 개선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ECB의 출구 전략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유로존이 이제 막 산소호홉기를 뗀 취약한 상태이므로 출구 전략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BNP파리바의 하이코 랑거 신용분석가는 "ECB의 유럽 채권 매입 축소에는 ECB의 장기대출 집행으로 그 필요성이 감소한 원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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