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보다 더 빠르게
-샤넬보다 더 느리게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유니클로보다 더 빠르게' '샤넬보다 더 천천히'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패스트패션'과 '슬로우패션' 양쪽 날개를 달고 명동 상권을 새단장하고 있다.
명동 한복판에서는 '에잇세컨즈'를 오픈해 일평균 1만5000여명의 손님들을 맞이하며 8초마다 하나씩 팔리는 '패스트패션'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내국인 뿐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쉴 새 없이 들이닥치는 통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길 하나만 건너면 이 부사장의 패션은 느려지고 좀 더 우아해진다. 그는 롯데백화점 명품관 5층 전체를 통째로 빌려, 돈 없이도 미술관이나 이국적인 시장에 온 것 같은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슬로우패션' 매장을 열고 명동을 찾는 국내외 손님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준비에 한창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이달말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5층 전체를 빌려 명품 편집숍 '10꼬르소꼬모'와 명품 브랜드 '꼼데가르송'을 오픈한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5층 전체가 제일모직의 '슬로우패션' 라운지가 되는 셈이다. 샤넬, 에르메스, 구찌 등이 지갑이 두꺼운 손님들만을 위한 제한된 공간의 느낌이라면, 10꼬르소꼬모는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돈 없이도 패션을 즐길 수 있는 감성적 럭셔리를 추구한다.
10꼬르소꼬모는 패션 편집매장의 효시로 한류스타들이 밀라노 여행을 가면 쇼핑을 하는 '패션의 성지' 쯤으로 여겨지는 세계적인 패션 편집숍이다. 1만원대 제품부터 2000만원대 제품까지 다양한 가격의 디자이너 상품들로 구성돼 있다.
아이들 장난감부터 접시, 옷, 브로치 등 없는 게 없는 '숨겨진 보석'을 찾는 재미가 있는 패션 문화 공간이다. 카페도 함께 있어 휴식도 취할 수 있다. 중동의 시장을 본 따 만든 이 매장은 손님들을 줄 세우지 않고 위압감을 주지도 않으며 누구나 접근 가능한 자유로운 분위기.
제일모직 관계자는 "10꼬르소꼬모는 패션 매장이라기보다는 문화 공간에 가깝다"면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주는 타 명품 매장과는 달리 10꼬르소꼬모는 누구나 들어와서 패션을 즐기고 미술관을 감상하듯이 즐기다가 돌아갈 수 있는 슬로우 쇼핑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옷부터 접시까지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편집숍으로 청담 1호점을 운영하면서 디자이너들과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고 자부한다"면서 "보다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에 오픈을 하게 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새로운 문화적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0꼬르소꼬모는 이탈리아 패션업계 '대모'로 불리는 카를라 소차니가 이끄는 최정상 편집숍이다. 에비뉴엘 매장은 10꼬르소꼬모의 전 세계 3호점이자, 백화점 1호 매장이 된다. 꼼데가르송은 일본계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가 이끄는 명품 브랜드로, 재작년 제일모직이 독점 수입·판매권을 따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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