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전자어음 결제 오류, 원인규명은 아예 뒷전
최근 발생한 전자어음 결제에 관한 전산장애를 놓고 일주일째 우리ㆍ신한은행과 금융결제원 등 3곳의 이해당사자 사이에 책임 떠넘기기 공방전이 치열하다.
장애 발생과 관련한 시스템 문제는 해결됐지만 장애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채 서로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지난달 29일 오후 은행 영업시간에 시중은행의 전자어음 결제와 관련해 전산장애가 발생하면서 거래 중소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처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월말 어음의 만기가 도래해 대금을 해당 은행에 입금시켰는데 처리가 되지 않고 다음 달로 넘어가면서 1차 부도를 낼 뻔 했던 것.
관련 은행들과 금융결제원은 급히 공문 등을 돌려 해당 기업의 부도 기록을 삭제하는 등 한바탕 소동 끝에 급한 불을 껐지만 아직까지도 이번 장애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금융공동망을 제공하는 금융결제원의 전산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은행의 어음정보를 취합해 해당 은행으로 통보하는 금융결제원의 전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결제원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전산장애의 경우 통신 절차 상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경우는 은행의 시스템 장애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결제원은 우리은행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금융결제원의 시스템을 재부팅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있었지만 근본적인 전산장애의 원인은 은행 측이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신한은행의 잘못이 크다"며 "신한은행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었는데 전자어음 건수가 적다 보니 그동안 발견이 안 되고 넘어가다가 월말에 업무가 폭주하다 보니 이번에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박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확인해본 바 우리 쪽에선 정상적으로 신호를 전송했지만 이를 수신하는 금융결제원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라며 "사고가 난 다음날 금융결제원에 찾아가 회의를 한 결과 우리은행의 잘못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금융결제원으로 정보를 보내면 '오케이' 사인이 떨어져야 하는데 (금융결제원이) 전혀 반응이 없었다"면서 "결국 금융결제원에서 처리가 안 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한 쪽에서는 내부적으로 문제가 없었고 고객들이 정상적으로 결제했는데 부도 처리가 됐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취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금융결제원이 우리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신한이 불똥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전산거래는 워낙 민감한 전산 시스템에 의존하다 보니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 때가 많다"면서 "특히 돈이 오가는 금융권 전산장애는 책임소재에 따라 금전적 소송 등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일단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전산장애로 인해 신한은행의 경우 150여건, 60여억원에 달하는 전자어음 거래를 제 때 처리하지 못하고 그 다음날(3월2일)로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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