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오너 VS 현대 출신 CEO 격돌
정몽준 '큰 인물론'과 '지역경제 일꾼론' 내세워
이계안 '정권심판론'과 '재벌개혁' 저격수로 맞불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정몽준은 돈 좀 쓸 것 같아 나쁘지 않은데 솔직히 새누리당은 싫고, 이계안은 일 잘할 것 같아 괜찮아 보이는데 아직 좀 더 지켜봐야 되지 않겠어요?"
서울 동작구 이수역 근처의 한 식당에서 가족과 식사를 하고 있던 박민경(28)씨는 '지역민심이 어떠냐'는 질문에 기자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지난 4일 오후 지역 구석구석을 훑으며 살펴본 동작을의 민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동작을의 현역 의원인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는 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 민주통합당의 유력한 예비후보인 이계안 전 의원 측이 공략하고자 하는 포인트도 이 부분이다. 식당에서 만난 박씨는 "지난 총선 때는 저도 부모님도 정몽준을 찍었는데 저는 이번엔 안 찍을 것"이라며 "새누리당 하는 꼴이 너무 별로인데, 정 의원이 예전 당 대표였잖아요"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을은 6선의 현대가(家) 출신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현대자동차ㆍ현대카드 대표를 지낸 이계안 민주당 전 의원이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의원은 허동준 동작을 지역위원장과 예비경선을 치러야 하지만 무게의 추가 이 전 의원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동작을은 강남과 강북ㆍ강서 정서의 경계 지역으로 평가되고 최근 4차례 총선결과가 2승2패로 무승부를 기록할 만큼 스윙보터(swing voter) 지역이라 이곳의 승부가 이번 총선의 서울 민심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작을의 선거는 정 의원의 '큰 인물론'과 이 전 의원의 '정권심판론'이 맞붙는 양상이다. 정 의원은 동작을 안에 있는 숭실대학교의 '정주영 창업캠퍼스'와 손잡은 아산나눔재단이 청년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들에게 큰 화제가 되는 등 '지역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의 적임자를 자처하고 있다. 비록 지난 4년 동안 자신의 '역량'에 비해 지역에 한 일이 많지 않다는 평가가 적지 않지만 여권의 유력한 '잠룡(潛龍)'으로서의 존재감은 주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반면 이 전 의원은 '배수의 진'을 쳤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이뤄낼 저격수를 자임함과 동시에 총선 승리를 위해 야권연대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 의원과 박빙의 승부가 벌어진다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양보해 총선승리의 밀알이 되겠다는 '사즉생'의 각오를 보이고 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