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5일 예정된 가운데 '김빠진 청문회'가 될 조짐이 역력하다. 코 앞에 닥쳐온 총선 때문에 국회에서부터 이번 청문회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물론 야당 의원들까지도 이런 분위기다. 대부분 지역구 사무실에서 청문회 준비를 부랴부랴 하고 있긴하나 청문회 전날까지도 이 내정자에 대한 이렇다 할 보도자료 하나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방위 소속 의원 한 보좌관은 4일 "당장 의원들의 목숨(공천)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 청문회에 쏟을 여력이 없다"며 "아마 청문회에서도 의원들이 본인들 질문만 하고 바로 자리를 떠날 것 같아 참석률도 저조할 것"이라고 했다. 도덕성에서도 별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이 내정자의 국회 청문회 통과는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통신업계에서는 주요 현안들에 대한 이 내정자의 생각에 귀를 귀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KT의 관로, 광케이블 등 필수설비 이용확대 방안에 대해 KT 사장출신인 이 내정자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통위가 KT에게 필수설비 개방을 확대하도록 하기 위한 고시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못하겠다"는 KT-KT공사업체 대 "해야한다"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이용사업자들은 극한 갈등을 겪고있다.
삼성전자-KT 스마트TV 관련 망중립성 문제, 와이브로 주파수 할당 문제, 700MHz 주파수 분배, 지상파재송신 제도개선, 광고시장 확대 등도 이 내정자가 방향을 설정해야할 현안이다.
도덕성에 관한 의혹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과거 KTF 납품비리 연루 의혹은 청문회장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 사장 출신인 이 후보자는 KTF에 로비한 납품업체에 고문으로 근무한 이력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 내정자는 지난 2006년 조영주 KTF 사장에게 24억원 금품 로비를 벌인 글로발테크(옛 비씨엔이글로발)에 고문으로 근무했다. 이 내정자는 이에 대해 "글로발테크의 비상근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회사 비전 등에 대한 자문 역할을 했을 뿐, KTF 로비사건에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한 상황이다.
국회 문방위는 조 전 KTF 사장과 유기석 전 비씨엔아이 대표와 서동연 전 글로벌테크 대표, 전용곤 크니아이 대표 등을 납품비리 의혹 관련 증인으로 채택해 참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 전 비씨엔이글로발 대표를 제외하곤 해외출장이거나, 행방불명 등의 사유로 대체로 청문회장에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문방위는 5일 청문회 이후 이 후보자의 국무위원직 적격여부에 대한 의견을 담은 경과 보고서를 6일 의결할 예정이다.
심나영 기자 sn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