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신용평가기관 보고서 "AIJ, 비정상적인 안정적 고수익" 경고
[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일본 소규모 기업연금 운용회사가 기업들이 맡긴 수십억 달러의 돈을 날리는 '일본판 매도프'가 적발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는 전날 기업연금 운용 수탁회사인 AIJ투자자문사에 대한 조사에서 기업들이 맡긴 약 2000억엔 가운데 1830억엔(23억달러·2조5600억원)이 손실을 입은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금융청은 AIJ투자자문사에 대해 영업 정지를 명령했다.
AIJ는 기업이 맡긴 위탁자금 2000억엔 전액을 조세 회피 지역인 영국령 케이맨 제도에 사모 투자신탁을 통해 운영해왔다. 최근 회계부정으로 부도 위기에 놓인 올림푸스도 이곳에 펀드를 만들어 금융당국의 감시를 벗어난 적이 있다.
일본 당국은 AIJ가 투자 자금을 날린 이유에 대해 조사중에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락을 거듭하면서 운영손실이 늘어났거나 투자가 아닌 다른 용도로 유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IJ의 문제점은 이미 2009년 현지 신용평가기관 보고서를 통해 지적됐다고 WSJ는 전했다.
일본 신용평가기관 R&I의 나가모리 히데카즈 책임자는 WSJ와 인터뷰에서 "시장이 하향 추세임에도 AIJ가 비정상적으로 안정적인 고수익을 거두고 있어 보고서를 통해 고객들에게 경고했었다"면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비정상적인 운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경고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나가모리 책임자는 AIJ가 지난 2009년과 2011년 사이에 3개 투자펀드를 통해 연간 5~10% 수익을 냈다고 소개하면서 이러한 고수익을 3년 연속 거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12명의 직원으로 운영되던 이 회사가 R&I의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도 의심스러웠다고 덧붙였다.
WSJ은 이번 사건이 650억달러 규모 '폰지(다단계 금융)'사기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버나드 매도프(Bernard Madoff) 사기 규모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일본판 매도프 스캔들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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