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국제유가의 강세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북해산 브랜트유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중동의 민주화 열풍으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됐을 때 최고점인 128.04달러가 눈 앞이다. 유가 강세가 지속되면서 항공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일각에서는 유가 강세가 잘 나가는 증시의 조정 빌미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유가상승이 반가운 업종들도 있다.
21일(현지시각) 4월 인도분 북해산 브랜트유는 20일 배럴당 1.61달러(1.34%) 오른 121.66달러에 마감됐다. 3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배럴당 3.01달러(2.92%) 폭등하며 106.25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9개월 사이 최고치 기록이다. 국제 유가는 최근 4거래일 연속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소식에 전날 급락했던 항공주가 22일 다시 하락 출발했다. 오전 9시11분 현재 대한항공이 1.51%, 아시아나항공이 0.67% 약세다. 전날에도 항공주는 대한한공이 6.36%, 아시아나항공이 4.39%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일에도 나란히 2%대 중반의 하락률을 보였다.
항공주들이 급락하면서 운수창고업종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한진해운과 대한해운 등 해운주, 천일고속, 한진 등 육상 운송주들이 동반 하락했다. 운수창고업종은 21일 1.46% 하락하면서 하락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항공주들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유가상승이 반가운 종목들도 있다.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 대체에너지 관련주들은 유가상승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21일 장에서는 풍력주들이 동반 상승하며 유가상승의 반사이익을 봤다. 유니슨이 7.16%나 급등했고, 평산과 태웅이 4%대 강세로 마감을 했다. 22일에는 태양광 대장주 OCI가 1.22% 상승하며 분위기를 타고 있다.
정유·화학업종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종목이다. 하이투자증권은 "국제유가가 이란 이슈 등으로 올 상반기 중에 강세 흐름을 이어간다면 상대적으로 수급이 타이트한 석유 및 화학 제품군의 마진 개선 가능성이 높다"며 정유업체 이익 및 주가 모멘텀이 양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은 국제유가 강세 지속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E&P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석유개발 업체 인수를 검토하고 있어 긍정적인 모멘텀이 예상된다고 했다. 나프트 크래커(naphtha cracker) 보유업체인 LG화학과 호남석유도 원가경쟁 우위가 부각될 것이라며 추천했다.
유가급등이 증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최광혁 한화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유가가 현재의 흐름을 이어간다면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 상승세가 글로별 경기의 회복보다 유동성 유입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가상승이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유가는 임계치보다 10~15달러 정도 여유가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글로벌 유동성 확장정책 공조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고 봤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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