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산업은행 이후 9년 만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IBK기업은행은 17일 호주 채권시장에서 3억5000만 호주달러(미화 기준 3억6000만달러) 규모의 캥거루본드(호주달러 표시 채권)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기관이 캥거루본드를 발행한 것은 2003년 산업은행 이후 처음이다.
만기 3년짜리인 이번 캥거루본드는 호주채권 3개월 변동금리(BB)에 3.0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이는 미 달러화로 스왑 시 3개월 리보(Libor: 런던 은행 간 금리)에 2.6%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이다. 통상 미 달러화 채권 발행금리에 비해 0.2%포인트 낮다. 그만큼 싼 값에 채권을 발행한 셈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채권 발행은 최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 대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대대적 신용등급 강등 악재로 글로벌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투자 성향이 매우 보수적인 호주 채권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것도 상당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기업은행은 투자자 연금자산 규모 세계 4위인 호주 채권시장을 뚫기 위해 2010년 5월 국내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호주달러 채권 발행 프로그램(MTN)을 설정한 바 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호주 현지에서 주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채권 투자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캥거루본드는 호주에서 외국 기관이 호주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가리키는 애칭이다. 국내 기관의 발행 사례는 2003년 산업은행이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게 유일하다. 호주 채권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AAA와 AA 등급 이상을 주된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는 보수적인 채권시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편 기업은행은 호주 채권시장 외에도 외화조달 다변화 차원에서 중동시장 개척을 위해 다음달 조준희 행장이 직접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방문해 시장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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