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영규 기자]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19전화 논란과 관련해서 지난 12일 공식 사과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19일 김 지사가 남양주소방서에 전화를 걸면서 시작된 119전화 논란은 25일 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119 전화 논란은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남겼다. 당장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했다. 네티즌들은 김 지사의 고압적인 119전화 녹취록을 패러디한 동영상과 애니메이션 등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퍼날랐다. 또 관련 글들이 무차별적으로 인터넷에 살포됐다. 덕분에(?) 김 지사는 김정일 사망을 누르고,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이틀연속 올랐다.
사실 김 지사의 이번 119 전화 논란이 대한민국 뉴스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지사는 암에 걸려 요양 중인 지인 병문안을 위해 경기도 남양주를 찾았다. 김 지사는 지인의 아내로부터 남편이 위독할 때마다 직접 운전해 서울 병원까지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어 남양주소방서 119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특히 각 소방서에 산소마스크 등이 장착된 중형 구급차량이 보급된 사실을 알고 있던 김 지사로서는 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이 같은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9차례에 걸쳐 자신의 신분을 밝혔지만 전화를 받은 2명의 소방관은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김 지사를 더 화나게 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고 한다. 바로 2009년 남양주소방서 관내서 발생한 할아버지 '동사' 사건이었다. 당시 길을 잃고 헤매던 할아버지는 남양주소방서에 전화를 걸었으나 소방관이 장난전화로 오인,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할아버지는 길거리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후 김 지사는 도내 소방서에 장난전화도 성실히 받도록 특별지시를 내렸다. 특히 사건이 발생했던 남양주소방서는 그 어떤 곳보다 장난전화 등에 대해 잘 대응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실상은 자신의 생각과 너무 달랐다.
김 지사는 소방서의 119전화 응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철저한 교육을 지시했다. 2명의 소방관에 대한 징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그러나 도 소방재난본부가 2명의 소방관을 나흘 뒤 가평과 포천으로 발령내고, 김 지사와 소방관들 간 대화 녹취록이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유포되면서 상황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29일 오후 4시 도 소방재난본부를 방문,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2명의 소방관을 원직 복귀토록 지시했다. 이어 다음날인 30일에는 남양주소방서를 찾아가 해당 소방관들을 직접 만났다. 이로써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복병'은 또 있었다. 임진년 새해 업무가 시작된 첫 날인 2일, 경기도가 올 연말부터 현재 119를 통해 받고 있는 11종의 생활민원 전화를 25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억측들이 난무했다. 김 지사가 보복차원에서 소방관들의 업무를 늘렸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119전화의 생활민원 확대는 이미 지난해 6월 결정된 것이었다.
이후에도 119관련 논란은 끊임없이 김 지사를 괴롭혔고, 김 지사는 이날 '진정성'이 담긴 사과를 통해 새로운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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