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곽순환도로 인천 동구 통과 노선 두고 논란...주민들 "안전·환경 문제 우려, 바꿔달라" vs 시행사 "문제없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주거지 밑에 2.5km 터널을 뚫는다니, 배기가스가 풀풀 뿜어져 나오는 터널 위에 누가 살고 싶겠나? 건설비 3000억 원 아끼자고 주민들 다 쫓아내겠다는 것이다."
오는 3월 공사를 앞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의 노선 변경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주거지를 지나는 지하터널 구간이 예정된 인천 동구 지역 주민들은 환기구로 공해 물질이 나오고 지반침하 우려가 있다며 노선 변경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인천 동구(구청장 조택상)는 지난 10일 구의회 및 주민대표들을 모아 놓고 사업 시행자인 '인천김포고속도로'(주)를 불러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실시계획 설명회를 가졌다.
설명회의 쟁점은 동구를 통과하는 고속도로 노선이 당초 인천항 외곽을 지나도록 설계됐다가 실시계획 승인 과정에서 주요 주거 지역을 관통하는 2.5km 지하터널 노선으로 변경된 이유였다.
터널구간은 동구 만석동에서율목동까지 2.5km를 포함에서 중구 신흥동까지 총 2.8km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인천시의 중장기 도로 계획에 따라 해양 통과 노선을 정했지만 정부가 항만시설에 저촉된다며 반대해 육지 노선으로 바꿨다"면서 "노선이 바뀐뒤 3000억원의 공사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들과 구의회는 사업비를 적게 쓰려고 노선을 변경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주민들과 구의회는 "사업비가 가장 적은 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민들의 피해를 염두하지 않은 처사"라면서 "3000억 원을 아끼려고 동구 주민들을 다 쫓아 내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환경 피해 및 지반침하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 주민대표는 "터널이 주거 밀집 지역의 지하 30~50m를 통과한다"면서 "대부분 뻘 지역이어서 건축시 주변 건물의 침하 등 문제점이 발생될 게 뻔하다"며 노선 백지화를 요구했다.
문성진 구의회 부의장도 "동구 주민들은 도로 이용을 못하면서 피해만 본다. 터널 위 환기구에서 엄청난 배기가스가 나올 텐데 그 위에 누가 집을 짓고 살겠는가"라고 묻고 "진행 중인 재개발 사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행사 관계자는 "토양 조사와 기술 검토를 통해 최적안을 찾은 것이고, 환경영향평가도 거쳤다"고 반박했다.
지하 40m 이하의 터널이 뚫리는 지역 주민들은 보상을 받지 못하는 규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조택상 동구청장은 "주민들의 직접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노선을 변경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현 노선대로 시행을 강행한다면 주민 반대 이전에 나부터 반대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행사 관계자는 "보상은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만 답해 충돌은 불가피해보인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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