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구겐하임 미술관은 스페인 북부 바스크지방의 항구도시인 빌바오에 있는데 전시품보다 미술관 자체를 보기 위해 찾는 이가 더 많을 정도로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참 흥미롭다.
본래 빌바오는 15세기 이래 제철소, 조선소가 즐비했던 공업도시였다. 그러나 1980년대 불황으로 스페인 철강산업이 쇠퇴하고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가 잇따르면서 실업률이 30%에 육박하는 등 급격히 쇠락했다. 불황 극복을 위해 주 정부는 문화라는 새로운 길에서 해법을 찾았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그 성과물이었다. 주 정부는 주위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약 1억달러를 들여 세계 최고의 사립미술관 중 하나인 구겐하임 미술관의 분관을 유치했다. 그리고 1997년 완공된 미술관은 상상 이상의 경제효과로 보답했다. 미술관 입장객은 연간 100만명이 넘었으며 지난 14년 동안 총 30억달러의 관광수입을 발생시켰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이러한 구겐하임의 성공 사례를 가리켜 '빌바오 효과'로 명명했다. 이후 이 신조어는 하나의 랜드마크 건물이 도시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빌바오 효과는 수도권 집중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 중소도시들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지방의 인구유출은 갈수록 심화되어 생산가능인구는 10년 전 1782만명에서 현재 1742만명까지 줄었다. 소비기반이 위축되고 경영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사업체 수도 늘지 않아 2010년 기준 수도권의 신설법인 수가 3만6000개인 반면 지방은 2만4000개에 그쳤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한때 빌바오가 몰락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의 중소도시들도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대도시에 비해 경쟁여건이 불리한 중소도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도시에 맞는 독특한 전략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빌바오의 성공포인트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들은 경제회생을 목표로 삼았지만 공장유치만이 그 해답은 아닐 거라 판단했다. 오히려 제조업보다는 문화, 관광, 서비스업 등의 분야에서 더 큰 가능성을 보았다.
이제 우리 중소도시들도 고용창출 효과가 큰 문화, 관광산업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숨은 명소가 많다. 거기에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빌바오는 몰락했던 공업도시에서 예술문화의 옷을 입으며 새롭게 태어났다. 아름답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관광지가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사람들로 북적대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깃들여졌기 때문이다.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내년에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있으며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도 개최된다. 박람회장과 경기장 시설을 단순히 행사 개최를 위해서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랜드마크로써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차별성이 부족한 중소도시는 외국의 자본과 문화를 흡수하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 구겐하임 미술관도 미국 구겐하임 재단의 프로젝트를 유치한 것이다. 유럽연합(EU) 및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우리 경제영토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61%로 넓어졌다. 지자체에서는 이를 기회로 삼아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유럽이나 선진국에서는 강소도시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면서 앞으로 신(新)중세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과거 중세시대처럼 중앙의 파워는 약해지고 지방의 파워가 강해질 것이란 얘기다. 도시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상황에서 중소도시의 몰락은 국가 전체의 경쟁력마저 떨어뜨리게 된다.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인 투자, 그리고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통해 중소도시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이다. 가까운 장래에 서울과 수도권을 능가하는 강소도시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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