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웅 한국교원대 교수
창의성이 화두에 오를 때마다 어김없이 따라붙는 말이 '인성'이다. '창의롭고 바른 인성을 지닌' 혹은 '창의와 인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등등의 말은 거의 모든 학교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수식어들이다. 창의와 인성! 따로 놓고 보면 둘 다 좋은 말이지만, 이 둘이 함께 붙어 있을 때면 왠지 어색하고 불편해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창의성과 인성을 함께 강조하는 요즘의 추세에 대한 이러한 푸념들은 바른 인성을 갖는 사람은 결코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창의성을 위한다면 좋은 인성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좋은 인성을 갖게 하고 싶다면 창의성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창의성과 인성은 돼지족발과 새우젓만큼이나 찰떡궁합이다.
우리가 족발을 새우젓과 함께 먹는 것은 단지 맛을 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돼지고기의 주요 성분은 단백질과 지방인데 새우젓에는 단백질과 지방의 소화를 돕는 효소가 동시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새우젓에는 지방을 분해할 때 필요한 리파아제라는 효소가 함유되어 있다. 또한 새우젓이 발효될 때 단백질 분해에 필요한 프로테아제라는 효소가 생성된다. 이런 이유로 돼지고기를 새우젓과 함께 먹게 되면 맛도 좋지만 소화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돼지족발에 새우젓만한 궁합도 흔치 않은 것이다.
창의성의 발현에 있어 인성이 필요한 이유가 이와 아주 유사하다. 인성이 갖춰지지 않는다고 해서 창의성이 절대 발현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인성은 창의성을 이루는 데 아주 중요한 재료이다. 특히 현대사회 구조에서는 창의성을 이루는 데 인성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현대 사회에서 창의성이란 뛰어난 개인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로 이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창의성이 뛰어난 개인의 전유물이었던 때가 분명 있었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뛰어난 화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위대한 조각가이자 발명가였으며 동시에 빼어난 건축가이기도 했다. 그는 또 해부학자이기도 했으며 도시계획가 그리고 천문학자이자 지질학자였으며 뛰어난 음악가이기도 했다.
그는 혼자서 이 많은 것들을 이뤄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더 이상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처럼 재능 있는 천재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현대 사회는 혼자서 창의성을 이뤄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그런 예다. 세상을 바꾼 아이폰은 잡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켜 줄 수많은 기술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또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없었다면 절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창의성이란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만 명의 노력과 협동 없이는 절대 이뤄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창의적인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의견만을 고집하지 않고,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필요하다면 기꺼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고 협력할 수 있는 덕목이 필수적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만큼이나 타인의 지식과 가치를 존중하고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도 존중할 줄 아는 겸허한 삶의 자세를 갖게 될 때, 진정한 협력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협력의 바탕 아래 창의성이 꽃필 수 있다. 바른 인성을 갖춘 사람이란 이런 삶의 자세를 지닌 사람이며, 이런 사람이야말로 협력과 융합을 필수로 하는 현대 사회에서의 창의적 조건에 적격인 사람인 것이다. 창의와 인성이 함께 있는 외양은 언뜻 보면 불편해 보이지만, 진실은 외양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다. 창의와 인성은 분명 찰떡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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