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주식시장은 중동ㆍ북아프리카(MENA) 사태, 일본 대지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까지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첩첩산중을 지나왔다. 2012년을 한 달 남짓 남겨둔 현 시점까지도 주식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매우 불투명해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보다는 얼기설기 더 얽혀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내야 할지 몰라 지쳐가는 모습이고, 세계경제의 쌍두마차인 미국과 중국경제는 경기둔화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글로벌경제의 성장 둔화 전망이 더해지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수 없다. 내년 주식시장은 정말 아무런 기대를 가질 수 없는 시장일까?
가장 중요한 키는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인데, 만약 시스템 붕괴로 종결되지 않는다면 내년 주식시장은 아직 희망이 있다. 문제가 테이블 위로 올라와 있고, 불편한 진실의 공개적 인정과정도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유로회원국들이 종국적으로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후 고통스러운 결정들을 선택하고 그를 실행함으로써 극단적 위기는 모면할 수 있을 것 같다.
불확실성의 뒤편에서 자라고 있는 새싹(green sprout)의 존재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어찌 보면 2012년은 2009년과 매우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리먼파산에 이은 미국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가 확산되면서 다음 해였던 2009년은 불확실성 그 자체였다. 아무도 2009년에서 희망을 찾지 않았다. 그러나 2009년 주식시장은 엄청난 불확실성과 마이너스 성장의 위험 가운데서도 당초의 기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단순하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숫자만을 본다면 2012년 글로벌경제는 물론이고 주식시장 또한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 저성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GDP 성장률의 하향조정을 선반영해 이미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과 성장 모멘텀이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점에서 희망의 싹은 살아 있다. 중국이 통화정책을 완화로 전환할 경우의 중국경제 부양효과와, 미국의 극도로 낮아진 재고 수준이 소비와 투자의 개선과 합세한다면 중국과 미국의 경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기의 실물경제로의 전이를 우려하고 있으나 유럽을 제외한 중국과 미국경제는 실질적 경기 둔화 우려가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중국과 미국경제의 예상보다 빠른 회복은 2012년 하반기 글로벌경제 회복에 더욱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눈앞에 보이는 큰 불확실성으로 멀리 내다보기 어렵다. 그러나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한 고통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 새로운 기회로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접기엔 이르다. 산재한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2012년 한국 주식시장은 국내외 경기 모멘텀의 회복과 더불어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 후에는 유럽 재정위기 완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해소와 함께 안도랠리를 전개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2년 종합주가지수를 어림해보면 고점은 2012년 MSCI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15%에 주가수익비율(PER) 10.5배를 적용한 2310p를, 저점은 EPS 증가율 10%에 PER 8.0배를 적용해 1680p정도를 예상한다. 투자전략은 상반기는 탁월한 모멘텀을 보유한 자동차, 정보기술(IT), 정유 등 업종에 집중하고, 하반기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낙폭 과대 저평가된 조선, 금융, 건설 등의 업종에 주목하는 전략을 생각해 본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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